[서울시장 1대 1 대결 의혹·비난 공방戰] 뒤집기 나선 나경원

입력 2011-10-04 15:37

‘박원순의 굳히기냐, 나경원의 뒤집기냐.’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와 박원순 범야권 통합 후보 간 1대 1 대결이 본격화되면서 초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한 양측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4일 각각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과 비난을 쏟아내며 고공전을 펼쳤다. 여기에 나 후보는 야권 단일화의 의미를 깎아내리며 각종 정책 대안으로 차별화를 꾀했고, 박 후보도 한나라당의 검증 공세에 적극 맞대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날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희망나눔 걷기대회 행사에서 첫 조우한 두 후보는 “서로 좋은 모습을 서울시민에게 보여드렸으면 한다”(박 후보)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나 후보)며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공정 선거를 다짐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나라당이 박원순 범야권 통합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에 나섰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며 박 후보를 평가절하했고, 홍준표 대표는 박 후보에 대한 기부금 의혹을 거론하며 검증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후보는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 대신 정책 제안에 집중하고, 당에서는 박 후보에 대한 자질과 도덕성을 집중 공격하는 모양새다.

나 후보는 4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풍은 정치권 성찰을 요구하는 바람이었지만, 경선이 이어지고 박원순 후보로 정해지면서 사실상 그 의미가 많이 퇴색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단일화는 민주당이 늘 써왔던 방법이고 구정치와 결별한다 했지만 결국 ‘반(反)한나라’란 얘기밖에 없었다. 국민에게 감동을 주겠느냐”며 범야권 후보 단일화 의미를 깎아내렸다. 59.6%를 기록한 범야권 후보 단일화 국민참여경선 최종 투표율에 대해서도 “이명박·박근혜 국민참여경선의 투표율 70.8%에 비하면 성공적이었는지 본격적으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이어 “그동안 박 후보 측의 정책 얘기는 한강 수중보 철거와 양화대교 공사 중단밖에 없었다”며 “나는 뚜벅뚜벅 정책을 통해 책임정치를 보여줄 것이며 정책선거를 하자”고 각을 세웠다.

홍 대표도 박 후보에 대한 검증 필요성을 언급하며 거들고 나섰다. 그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후보의 대기업 후원 문제를 거론하며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라면 이미 낙마했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홍 대표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아름다운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모금한 액수가 수백억원에 달하고 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가 앞으로 검증돼야 할 것”이라며 “모금 과정에서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도 충분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의 과거 행적과 사상 문제도 거론했다. 홍 대표는 “박 후보는 촛불사태를 선동했고 이념이 불분명하며 검증이 안 된 불완전한 후보”라며 “서울 시정을 길거리 운동가들의 실험장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홍 대표는 “우리는 나 후보를 통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잘못한 것을 바로잡고 나 후보 방식으로 서울이 서민 밀착형 도시와 문화 도시로 탈바꿈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나라당의 최근 이념과 정책에 반대해 이석연 변호사를 범여권 시민후보로 추대했던 20여개 보수우파 진영 시민사회단체들은 서울 모처에서 모임을 갖고 박원순 후보는 반대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나경원 후보에 대해서는 단체별로 각자 판단해 지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이헌 ‘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 불가론에 대해서는 의견일치를 봤다”며 “다만 나 후보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