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Y세대, 일할 권리와 정의를 외치다… 시위 70여곳으로 확대

입력 2011-10-04 22:28

기성 정치인에 실망하고 거대 자본의 횡포에 분노한 미국 젊은 세대의 분노가 시위로 표출되고 있다. 시위에 동참하는 사람이 늘면서 미국 전역은 물론 해외로 시위가 확대되고 있다.

◇Y세대, 왜 길거리로 나왔나=최근 시위의 중심에는 Y세대(Generation Y)가 있다. Y세대란 1980년부터 94년 사이에 태어난 젊은층을 일컫는다. ‘베이비 붐’ 세대 부모 밑에서 경제적 풍요를 누리며 자기중심적인 환경에서 자라왔다.

좋은 교육을 받은 Y세대는 막상 사회에 나오자 큰 벽에 부닥쳤다.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16∼29세 고용률은 2000년 67.3%에서 지난해 55.3%로 떨어졌다. 25세 이상인 대졸 이상 고학력자 중 1300만명이 실업상태다. 로이터 통신은 “앞으로 취업시장 상황이 좋아져도 이들이 3∼4년간 실직상태에 있으면 다음 세대에 밀리는 처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시위대가 진보적 ‘티파티’ 운동이나 ‘아랍의 봄’ 시위대와 자신을 동일시한다고 지적했다. 기존의 잘못된 질서를 부정하고 새로운 정의를 원한다는 측면에서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자신들이 선출한 정치인들의 사태해결 능력 부재도 이들을 길거리로 내모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시위대는 ‘우리가 99%다’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점점 심해지는 빈부격차, 월가의 부패 등 구조적인 문제를 정치권이 바로잡지 못한다는 불신을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행동이 새로운 직접민주주의 표출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시위대는 부패한 정치인들과 결탁한 자본가들이 경제 시스템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평범한 사람들을 빚에 허덕이게 하며 기회마저 박탈해버렸다고 원망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시위,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확산=‘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란 시위가 지난달 17일 처음 열릴 때만 해도 오래 지속되고 규모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뚜렷한 시위 주도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시위대에 리더는 없지만 잘 조직돼 있다”고 분석했다. SNS를 통해 취지에 동감한 이들이 시위에 속속 참여하고 자원봉사로 음식, 법률 자문, 신문 발행 등을 지원하면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제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3일(현지시간) 시위대가 운영하는 인터넷 홈페이지(www.occupywallst.org)에 따르면 미국 전역 70여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카고, 로스앤젤레스, 포틀랜드, 보스턴, 미주리 등에서는 ‘○○를 점령하라’는 구호 아래 월가에서와 비슷한 형태의 시위가 벌어졌다. 15일에는 캐나다 외에 호주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계획돼 있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신용카드 수수료가 급격히 올라 중소기업인은 어려움을 겪고, 은행은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다”며 “시위대의 시각에 공감한다”고 지지했다.

펜실베이니아 랭카스터의 프랭클린&마셜 칼리지의 테리 마돈나(정치학) 교수는 “이번 시위는 넓은 의미에서 ‘계급투쟁’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