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성공적 세대교체 부산 호산나교회] ‘목양장로사역’으로 한국과 세계교회 부흥 이끈다

입력 2011-10-04 17:48


부산시 명지동의 호산나교회는 수영로교회와 함께 부산·경남지역을 대표하는 교회다. 출석 1만 여명의 호산나교회는 복음화율 10% 미만인 부산에서도 영적 돌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실례다.

호산나교회는 최근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 1987년 성도 수 400여명의 평범한 전통교회였던 부산새중앙교회(호산나교회 전신)에 부임, 고 옥한흠 목사로부터 전수받은 제자훈련으로 교회를 건강하게 성장시킨 최홍준 목사는 지난해 12월 1일 공식 은퇴했다. 2000년 장로들에게 했던 ‘65세 조기은퇴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40세의 젊은 홍민기 목사가 호산나교회의 새 영적 리더가 됐다. 지난 7월 24일 공식 부임한 홍 목사는 청소년사역자로 유명한 열정의 목회자다. ‘탱크 목사’란 타이틀이 붙은 홍 목사 부임 이후 호산나교회는 어떤 변화를 겪고 있을까.

최근 호산나교회 담임 목사실에서 최 원로목사와 홍 목사를 만났다. 부자간같이 친밀한 모습이었다. 송일영 부목사도 동석했다. 얼마 전 최 원로목사는 50여명의 호산나교회 교역자들에게 식사대접을 했다. 최 원로목사는 홍 목사에게 바통을 넘겨주면서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수요예배 출석인원이 4000명 넘어서면 밥 사겠다.” 그때까지 부목사들이 인도하던 수요예배 평균 출석은 800∼900명 남짓. 홍 목사가 부임 이후 직접 수요예배를 인도하자 출석자들이 꾸준히 증가, 지난달 28일 드디어 4000명을 넘어섰다. 최 원로목사는 그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감격해했다고 한다.

최 원로목사와 홍 목사의 아름다운 동행은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대해 홍 목사는 “지금 말고 10년 지난 후에 평가해 달라”고 언급했다. 최 원로목사는 “홍 목사는 목회의 기본을 잘 알고 있는 훌륭한 목사”라고 평했다. 홍 목사는 “원로 목사님과 같이 욕심이 없는 분은 처음 본다”면서 “최 목사님이 닦아놓은 사역의 길을 잘 계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호산나교회는 한국교회, 어쩌면 세계교회에서 유례 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 바로 ‘목양장로사역’이다. 장로가 교회행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목회자와 함께 ‘양들을 치는’ 사역을 펼친다는 개념이다. 목양장로사역은 최 원로목사의 오랜 비전이었다. 그는 목회를 하면서 한국교회의 모든 문제가 목사와 장로 간 불화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문제 있는 교회에는 반드시 목사와 장로가 반목하고 있었다. ‘노사(장로와 목사)문제’만 잘 푼다면 행복한 교회가 가능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로가 목회의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이 될 때 한국교회 부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목양장로사역은 모세와 여호수아 시대의 70인 장로를 모델로 장로들이 목회자와 동일한 목양사역을 나눠 감당한다는 것이다. “구약시대에 하나님은 교회를 세워나가는 과정에서 장로 70명에게 모세 등 지도자에게 내렸던 동일한 성령을 임하게 하셨습니다. 함께 동역하게 한 것이지요. 목사와 장로가 함께 양을 치는 것이 성경이 말하는 본질입니다. 성경의 본질로 돌아가 장로들도 양떼를 돌볼 사명을 감당해야 합니다.”

현재 호산나교회에는 60여명의 목양장로들이 사역하고 있다. 이들은 다락방과 마을, 교구로 구분된 세부 사역의 관리자이자 감독자가 된다. 장로들은 담당 구역 교우들의 문제를 살피고 보고를 받는다. 직접 찾아가 위로한다. 말씀을 전해 주기도 한다. 이메일과 문자로 서로의 소식을 알린다. 모든 이메일과 문자는 교역자들과 공유한다. 최 원로목사와 홍 목사에게도 동일한 메일이 온다. 각 지역 교우 가정에서 일어난 소소한 문제들이 즉각적으로 모든 장로들과 교역자들에게 알려지는 것이다. 물론 교회는 그 기도제목을 갖고 기도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직접 개입하기도 한다.

장로들이 먼저 이 변화를 반겼다. 호산나교회의 목양 장로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전에는 근엄한 모습의 ‘그냥 장로’였지만 이제 양들과 함께하는 ‘진짜 장로’가 됐다”고 말했다. 사회 경험이 많은 장로들의 중재로 문제가 쉽게 풀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성도들도 ‘섬기는 장로’의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했다. 교회에 화기(和氣)가 돌았다. 도처에서 아름다운 동역의 리포트가 보고되고 있다. 호산나교회의 원활한 담임직 승계, 그리고 홍 목사 하에서 새로운 도약을 하는 것도 모두 이같은 기초체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 원로목사는 “지금 한국교회에는 제3의 종교개혁이 필요하며 개혁 대상은 목사와 장로”라면서 “다른 방법은 없다. 성경적인 목사 장로의 역할로 돌아가면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 같은 철학이 들어 있는 책이 2009년에 나온 ‘장로,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국제제자훈련원)이다.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최 원로목사가 조기은퇴를 결행한 또 한 가지 이유도 이 목양장로사역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위함이었다. 국내외에서 이미 9차례의 목양장로사역 콘퍼런스가 열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수많은 목회자와 장로들이 이 콘퍼런스에 참석해서 새로운 동역목회의 패러다임을 경험했다. 일산거룩한빛광성교회, 선한목자교회, 제천영광교회, 경산중앙교회와 같이 교회 내 모든 장로들이 콘퍼런스에 참석한 경우도 많았다. 거룩한빛광성교회의 최순미 장로는 “장로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느꼈다”고 언급했다.

2009년 미국 워싱턴중앙장로교회에서 부흥회 인도시 목양장로사역을 설명하자 이 교회 이원상 원로 목사가 다가와 최 원로목사의 두 손을 꼭 쥐면서 말했다. “감격적입니다. 이 목양장로사역으로 미주 3000여 한인교회를 살려주세요.” 최근 미국 동부와 서부에서 열린 두 차례의 목양장로사역 콘퍼런스도 성공적으로 끝났다.

홍 목사는 “후임자로서 원로 목사님의 목양장로사역이야말로 한국교회를 살릴 건강한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확신한다”면서 “목양장로사역 콘퍼런스가 한국과 미국은 물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일본 등 세계 각 지역에서 열릴 수 있도록 교회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목양장로사역을 담당하고 있는 송일영 목사는 “이 사역에 처음부터 관여하면서 ‘목사와 장로들이 이렇게 멋진 파트너가 될 수 있구나’라며 감격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기존 교회 목회자와 장로뿐 아니라 앞으로 목회를 펼쳐야 할 신학생 등 예비 목회자들, 곧 장로가 될 안수집사들이 콘퍼런스에 참여한다면 큰 유익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산나교회는 제10차 목양장로사역 콘퍼런스를 오는 24일과 25일 동 교회당에서 연다. 최 원로목사와 홍 목사를 비롯해 송 목사, 최기영 호산나교회 부목사, 조진모 합동신학대학원 교수 등이 강사로 나온다. 참가 대상은 목사와 장로 120명으로 선착순 마감한다. 인터넷(www.hosanna21.com)과 전화(051-209-0108)로 등록을 받는다.

부산=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