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교단장 릴레이 설교] 말씀에 의지하여
입력 2011-10-04 17:52
누가복음 5:1∼11
사람은 누구나 지식을 쌓는 데 힘씁니다. 하지만 지식과 지혜는 다릅니다.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결코 지혜로워질 수 없습니다. 경험이 풍부해야 합니다. 경험이 풍부할수록 좋은 인간관계와 좋은 인품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더욱이 목회자에 있어서 경험은 지식을 우선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과 경험에 의해서만 삶의 열매가 맺히는 것은 아닙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주신 일에 최선을 다할 때 열매는 맺힙니다.
같은 지식, 같은 경험을 쌓고 노력했음에도 때와 장소와 상황에 따라 그것들이 무참하게 좌절당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인간의 한계 상황이고 인간의 불완전성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고기 잡는 전문가입니다. 그는 조그만 갈릴리 바다 어디에 그물을 던져야 많은 고기가 잡히는지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습니다. 밤을 새우며 고기를 잡는 노력과 열심과 부지런함도 지녔습니다. 그런데 베드로는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했습니다. 참담한 밤이었습니다. 성취감의 결여로 고단한 날 아침, 예수님이 그에게 오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를 위로하고 격려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부적절한 명령을 내리십니다. ‘저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져라.’
예수님은 목수의 아들입니다. 적어도 갈릴리 바다에서 고기 잡는 일에 관하여 예수님은 베드로보다 잘 알지 못했습니다. 베드로가 오히려 고기잡이 전문가입니다. 그 오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밤새도록 잠을 잊은 채 일했는데도 불구하고, 한 마리의 고기도 잡지 못해 실의와 낭패 속에 피곤에 지친 베드로에게 찾아오셔서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던져라’라고 하십니다. 적어도 고기 잡는 일에 관해서는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실 수 있는 경험적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했습니다. ‘우리가 밤새도록 고기를 잡으려 애썼으나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그물을 다시 던지겠습니다.’ 말씀에 순종하여 깊은 곳에 그물을 던지는 베드로는 주님께 깊은 곳이 어디냐고 묻지 않습니다. 깊은 곳이 어디인 줄 알고 있는 갈릴리 바다의 전문가였기 때문입니다. 베드로는 ‘말씀에 의지하여 그물을 던지겠습니다’라고 했고, 그 즉시 엄청난 물고기가 잡혔습니다.
우리는 지식을 습득해야 하고, 경험을 쌓아야 하고,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우리의 삶을 완성시킬 수는 없습니다. 인생의 지혜와 진리를 가르쳐 주시고 구원을 성취하시는 분은 예수님이십니다. 목사의 사명과 그에 따른 사역은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목사가 하는 일은 하나님의 말씀에 봉사하는 것입니다. 시대가 아무리 달라진다 해도 이 ‘말씀’을 제하면 기독교 사역은 사회단체의 봉사와 차이가 없습니다.
기독교인의 사명은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고 복음을 실어 나르는 일입니다. 목회는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그 믿음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바울은 로마서 10장 17절에서 ‘믿음은 들음에서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을 들을 때 믿음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말씀에 의지해 사람들에게 믿음을 심고 그 믿음으로 구원을 경험하게 하고 누리게 하는 것입니다.
황인찬 목사 (예장개혁 총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