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브라질 ‘지갑’ 활짝… 럭셔리 산업 우아한 대박
입력 2011-10-04 17:47
미국과 유럽발 부채위기가 전 세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승승장구하는 분야가 있다.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이름만으로도 여성의 마음을 뒤흔드는 ‘럭셔리’ 산업이다. 루이비통을 소유한 세계 최대 명품 그룹인 루이비통모엣헤네시(LVMH)와 구찌를 소유한 PPR그룹, 프라다그룹 등은 올 상반기에 모두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이들에 고공행진 무대를 제공한 곳은 중국,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시장이었다.
◇불황 모르는 명품 시장=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 경기 불안에도 불구하고 2011년 명품 시장의 총 매출규모는 지난해 대비 8% 이상 성장한 1850억 유로(약 295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2014년에는 2140억∼2210억 유로 규모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8∼2009년 금융 위기를 겪으며 잠시 주춤했지만, 이제 완전히 성장세를 회복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LVMH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25% 증가한 13억1000만 유로를 기록했다. 지난 6월 홍콩 증시에 상장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그룹은 올 상반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74% 증가한 1억7950만 유로의 순이익을 거뒀다.
‘버킨백’으로 유명한 에르메스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50% 증가했다. 에르메스 주가는 올 들어서만 70% 이상 상승, 시가총액으로는 프랑스 2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을 넘어섰다. 에르메스는 버킨백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400명의 직원을 신규 채용했을 정도다. 파트리크 토마 최고경영자(CEO)는 “팔 물건이 없어 성장률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행복한 고민을 토로했다.
세계 최대 휴대전화 업체인 노키아,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영국 금융그룹인 HSBC 등 세계 초일류 회사들이 줄줄이 감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최근 상황을 감안하면 놀라운 실적이 아닐 수 없다.
◇아시아가 NO.1=“아시아는 우리의 최대 시장입니다.” 프라다그룹의 부회장 카를로 마치의 말이다. 이는 프라다그룹만의 얘기가 아니다.
물론 여전히 가장 많은 명품 소비가 이뤄지는 곳은 미국이다. 일본이 2위, 중국 본토는 5위다. 홍콩과 대만, 마카오를 포함하면 중국이 3위에 오른다.
주목되는 부분은 아시아지역의 급격한 성장 속도다.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명품 시장 규모가 각각 7%와 8%, 일본이 -5%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비해 중국은 본토에서만 25%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대지진 여파로 일본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이 아시아 지역 명품소비의 맹주 자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투자회사인 CLSA는 “2020년에는 중국이 세계 최대의 명품 소비 시장이 될 것”이라면서 “전 세계 명품 소비의 44%가 중국에서 이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브라질, 중동 지역도 명품 업계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최근 중국 소비 시장이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명품 업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기우로 보인다. 카르티에와 피아제 등 고가 시계 및 보석 브랜드를 거느린 세계 2위의 명품 그룹 리치몬드는 “중국에서 수요가 둔화되는 조짐을 읽을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의 경우 백만장자의 평균 연령이 39세밖에 안된다. 다른 지역의 백만장자 평균 나이보다 15세 이상 어리다. 또 중국 부자들은 자신의 부를 감추기보다는 과시하기를 좋아한다. 남성 고객이 명품 수요층의 절반에 이른다는 점도 중국의 강점으로 꼽힌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명품 업계에 중국이 매력적인 만큼 중국인들에게도 명품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면서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신의 부를 드러낼 주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