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중 명품 에르메스를 잡아라”… ‘공룡’ LVMH, 집요한 인수합병 시도

입력 2011-10-04 17:47

“진짜 부자는 에르메스를 든다.”

패션업계에 전해져 내려오는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 특히 최근처럼 전 세계적으로 명품이 흔해진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에르메스의 버킨백과 켈리백은 ‘빽’을 써도 갖기 힘들다. 가격은 가죽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데, 가장 저렴한 송아지가죽으로 만들어진 백이 800만∼1000만원대이며 악어가죽으로 만들어진 제품 가운데는 1억이 넘는 것도 있다. ‘억’소리 나게 비싸지만,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도 1, 2년 뒤에나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아예 주문 자체를 안 받기도 한다. 가방 하나하나가 장인의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수요를 따라갈 수 없어서다. 명품에 대한 열망이 차별 욕구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에르메스 선호는 당연한 현상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에르메스는 명품 업체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LVMH 그룹의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리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덕에 현재 LVMH 그룹에는 셀린느, 로에베, 지방시, 펜디, 쇼메, 불가리 등 60여개의 유명 브랜드가 속해있다.

아르노 회장은 에르메스 지분도 차곡차곡 매입해, 20%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메스 측은 아르노 회장의 주식 매입에 노골적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현재 에르메스는 창업자인 티에리 에르메스의 후손들이 70%가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라는 측면도 있지만, 더 큰 반감 이유는 LVMH를 진정한 명품 그룹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만을 생산한다는 자부심을 가진 에르메스로서는 기계 공정을 통해 제품을 대량 생산하며 명품의 대중화를 불러온 루이비통을 같은 명품 반열에 올릴 수 없는 것이다. 일단 에르메스는 지난달 프랑스 법원의 도움으로 적대적 인수합병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르노 회장이 세계의 도심 어느 곳에서든 3초에 한 명씩 루이비통 가방을 들고 지나가는 시대에 남은 최후의 명품 에르메스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