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의 청년예수 남몰래 방랑기(17)
입력 2011-10-04 11:17
일감을 만들어 내시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치고 있습니다. 깡마른 낙엽들이 바람에 우르르 휩쓸려갑니다. 그 낙엽더미에는 지저분한 쓰레기가 더 많습니다.
나 예수는 날품팔이들 대기소(daily labor corner)에서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낡고 빛이 바랜 청바지와 비지땀에 절은 반팔셔츠를 입고 갔습니다.
시계를 보니 오후 3시가 지났습니다. 초가을이라 그래도 여름보다는 일꾼을 찾는 곳이 많은지 세 사람만이 졸린 눈으로 대기소에 앉아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기도 하고, 코카콜라를 홀짝거리기도 하고, 전화를 보면서 히쭉히쭉 웃기도 합니다. 그러나 눈들은 일감 줄 사람들의 차가 오는 쪽을 연신 주의해 봅니다. 흑인이 하나, 히스패닉이 둘입니다.
“아직 아무도 데려가는 사람이 없었나요?”
나 예수는 그렇게 물었습니다. 자신들이 따라지 인생이라는 걸 깨달으라는 질문입니다.
“나는 아침에 한 탕 했지요. 그러나 저 두 애들은 아직 빈 주머니라오.”
검은 친구가 자신을 자랑하려는 듯 재빨리 나섰습니다. 나 예수는 허리띠에 걸쳐있던 쓰레기 봉지 네 개를 펼쳐 들었습니다.
“그럼 우리 기다리는 시간에 저 쓰레기와 낙엽을 긁어서 여기 담아 봅시다. 주변이 너무 더럽군요.”
“돈을 얼마나 줄 거요?”
“돈은 무슨? 자원봉사이지요.”
히스패닉 두 친구는 조금 우물쭈물하다가 따라와서 협력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두 시간 일해서 저녁 값을 벌었다는 검은 친구는 끝내 담배만 뻐끔뻐끔 빨며 꼼짝 안했습니다.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는 데는 한 시간 반이 더 걸렸습니다. 꽉꽉 눌러 담은 쓰레기봉지 다섯 개를 대기소 옆에 쌓아 놓았습니다. 시청 청소과 트럭이 실어갈 것들입니다.
나 예수는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두 사람에게 10 달러씩 주었습니다. 저녁밥과 아침밥을 괜찮게 먹을 만한 돈입니다.
그걸 보더니 검은 친구의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후회 막심한 표정입니다. 왜 돈 준다는 말을 처음부터 안 했느냐는 항변입니다.
“일감 오기를 기다리지 마시오. 오히려 찾아 나서시오. 그러나 일감을 만들어 다른 사람을 고용하면 더 큰 일 하는 겁니다.”
나 예수는 그 말을 남기고 총총 걸음으로 그들과 헤어졌습니다. “하늘 아버님께서는 지금도 일하신다” (요5:17)는 자작곡 찬송을 부르면서....
이정근 목사(원수사랑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