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단일후보 박원순] 인권변호사→시민운동가→시장후보… 인생 3막 ‘도전’
입력 2011-10-03 15:26
‘시민운동의 대부(代父)’ 박원순 변호사가 3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범야권 통합후보로 선출되면서 인권변호사와 시민운동가로 삶을 살아온 ‘박원순 인생 3막’에 파란불이 켜졌다. 박 변호사는 젊은층과 재야시민단체, 민주당, 민주노동당 등의 지지를 바탕으로 오는 26일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된다.
학생운동→인권변호사→시민운동가→서울시장(?)=박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1학년 때 유신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수감되면서 제적됐다. 이후 단국대 사학과로 학적을 옮겨 졸업한 뒤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대구지검에서 1년 남짓 검사 생활한 뒤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고,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부천서 성고문 사건, 부산 미국문화원 점거 사건 등 굵직한 시국사건 변론을 맡았다.
1994년 참여연대를 창립해 정치인 낙선·낙천 운동, 소액주주 권리찾기 운동,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등을 주도했다. 2003년에는 아름다운재단, 2007년엔 희망제작소를 각각 만들었다. 그러나 아름다운재단이 대기업을 통해 거액의 기부금을 모은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어 향후 선거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대해 박 변호사는 “가난한 사람한테 (후원을) 받느냐. 나눔을 실천하려고 부자들한테 후원을 받는 게 뭐가 나쁜가”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오랜 시민운동과 인권변호사 활동 등을 통해 재야 시민단체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야권에서는 이 같은 배경을 가진 박 변호사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상대로 기성 정치권을 뛰어넘는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새 시대 첫차 탈 것”=정치권의 지속적인 러브 콜을 고사해온 그가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한 데는 지난해 ‘국정원 사찰 논란’에 휘말린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변호사는 지난 8월 15일 ‘백두대간, 희망을 품다’라는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정치란 자신이 비를 맞고 남에게 비를 맞지 않게 하는 것, 자신이 굶고 남이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하는 것, 늘 고통 속에 있는 사람들을 챙기는 직업”이라고 적었다. 출마선언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는 “당신만 편하게 지내고 사람들의 절망에 대해 왜 몸을 던지지 않느냐는 문제제기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박 변호사 스스로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과 의지가 강하다”고 평가한다. 메모광에 ‘걸어 다니는 아이디어뱅크’로 알려져 있다. 특히 “내 꿈은 과로사”라고 종종 주변에 농담할 정도로 일 욕심이 많다.
박 변호사는 범야권 통합후보가 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낡은 시대는 역사의 뒷면으로 사라지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를 넘어 새 시대를 열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우리는 10월 26일 옛 시대의 막차를 떠나보내고 새 시대의 첫 차를 타고 떠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민주당 입당 여부=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변호사가 민주당에 입당해 기호 2번을 달지 않는다면 본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박 변호사는 입당 가능성을 닫고 있지는 않다. 그는 “민주당이 더 큰 통합정당으로 자리매김한다면 기꺼이 그 일원이 되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박 변호사를 뒷받침하는 ‘안철수 바람’의 근원이 기존 정치권에 대한 혐오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의 정당 입당을 거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