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단일후보 박원순] 민주, 조직 믿다 발등… 현장투표만 겨우 이겨

입력 2011-10-03 15:27

박원순 변호사 승리의 원동력은 역시 ‘시민의 힘’이었다. 박 변호사는 일반인들의 의중이 많이 반영된 여론조사와 TV토론 배심원단 평가에서는 물론, 동원 대결인 국민참여경선에서도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냈다.

조직 믿다 발등 찍힌 민주당=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현장투표는 민주당을 위한 ‘쇼’가 되지 못했다. 박영선 후보가 이겼지만 표차는 4.77% 포인트에 불과했다. 서울에만 30만 당원을 가진 제1야당 후보가 아무 조직이 없는 시민후보에게 무릎을 꿇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심원 평가에서 10.34% 포인트, 국민여론조사에서 17.95% 포인트 뒤진 차를 뒤집으려면 압도적인 표 차이로 이겨야 했다. 오전 분위기는 민주당이 우세했다. 오전 11시 정도까지 조직표로 짐작되는 중장년층이 투표소를 많이 찾았다. 민주당에선 ‘해보나 마나 한 승부’라는 낙관론이 빠르게 퍼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후보 박원순 변호사 측이 트위터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필사적으로 투표를 독려하면서 오후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들이 차림을 한 직장인, 아이를 동반한 가족 등 젊은층이 대거 투표장에 몰렸다. 민주당 관계자는 “오전 11시까지 투표한 이들이 민주당 조직표의 절반이다. 4500명이 투표했는데 이중 3500명 정도가 민주당표”라며 “조직 동원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각 지역위원회에 당원 동원을 할당했는데 투표 전날 밤 표 계산이 안 돼 중앙당이 뒤집어졌다”며 “당원인데도 연락이 안 되는 ‘종이당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TV토론도 결정적이었다. 배심원단 평가 후 ‘박원순 대세론’이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도 확산됐다는 것이다. 한 당직자는 “많은 당원들이 현장투표장에 와서도 고민하더라”고 했다.

경선 대흥행=경선은 국민참여경선 역사상 가장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며 흥행에 대성공을 거뒀다. 최종투표율은 59.59%로 30%대에 머물던 과거 국민참여경선과 비교하면 역사적인 투표율을 보였다. 현장투표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체육관 주변에는 투표를 마친 뒤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인증샷’을 찍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명사들도 투표장을 많이 찾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는 오후 1시쯤 투표한 뒤 “앞으로 이런 일에 적극 참여하는 좋은 시민이 되겠다”고 말했다. 마감시간인 오후 7시가 다가오자 마치 수험생이 고사장에 입장하듯 투표장을 향해 질주하는 모습도 연출됐다. 시민들은 입구를 에워싼 채 박수를 치며 “늦지 않았다”고 격려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