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단일후보 박원순] ‘安風’ 파괴력 입증… 2012년 총선·대선까지 영향력?
입력 2011-10-03 15:29
시민후보를 자처한 박원순 변호사가 제1야당 후보를 꺾고 3일 서울시장 범야권 통합후보로 선출되면서 향후 국내 정당 정치에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박 변호사의 승리는 야권통합의 촉매제가 되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대선을 겨냥한 정계개편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풍(安風·안철수 바람)탄 박원순 바람=이날 치러진 범야권 단일후보 경선은 ‘안풍을 탄 박원순 바람이 민주당을 날려버렸다’로 요약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8월 26일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책임을 지고 사퇴했을 당시만 해도 민주당 상임고문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서울시장 재도전을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변호사가 혜성처럼 등장했고, 박 변호사는 지난달 6일 안 원장의 양보와 지지를 받아낸 뒤 한 달 만에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누르고 범야권 통합후보가 된 것이다.
박 변호사가 정치 신인이고, 대중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더욱 놀랍다는 지적이다. 박 변호사의 당초 지지율은 5% 안팎에 불과했으나 안 원장과 단일화에 합의한 이틀 뒤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로 뛰어올랐고, 현재까지도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양자대결에서 나 후보를 앞서고 있다. 안풍으로 상징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변화의 필요성, 대중적 기대를 박 변호사가 잘 담아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향후 정치권 전망=박 변호사가 무소속으로 여당 후보와 1대 1 구도를 만들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것 자체로 정치판은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소속이 당선된 사례는 없었다. 박찬종 전 의원이 1995년 선거에서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기 했으나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다. 그러나 ‘박원순 바람’은 야권 대통합의 필요성, ‘안철수 대권론’ 등이 뒤를 받치고 있어 쉽사리 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정당 정치가 아닌 외부세력으로 변화와 동력을 만드는 게 힘들다는 기존의 제도적 한계를 일단 극복한 것”이라며 “서울시장 당선 등 제도권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면 내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 안 원장을 비롯한 새로운 세력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기대가 더욱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불어닥칠 쇄신 열풍은 가장 먼저 야권을 강타할 전망이다. 박 변호사를 지원한 야권 대통합기구인 ‘혁신과통합’ ‘국민의명령’ 등의 목소리가 커지고, 이들이 서울시장 선거는 물론 야권통합 논의를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혁신과통합을 이끌고 있고, 문성근씨가 국민의명령 대표인 점을 고려하면 친노계의 정치적 영향력 확대도 예상된다. 범여권 혹은 범야권 성향의 재야·시민단체들이 내년 총선을 겨냥해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