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야권 단일후보 박원순] “박영선, 잃은 것보다 얻은게 많았다”
입력 2011-10-03 15:29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3일 야권 서울시장 경선에서 석패했지만 박 후보 개인으로선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더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15일 출마기자회견 때 박 후보의 첫 마디는 “마음이 무겁다”는 것이었다. 이어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왔다고 느꼈기에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박 후보는 당초 시장 출마 생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민주당 상임고문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시장에 불출마한다고 선언하자, 당 주류쪽에서 급하게 차출한 선수가 박 후보였다.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박 후보는 유력 경쟁자인 천정배 최고위원을 지난달 25일 당 경선에서 10% 포인트라는 큰 격차로 이기고 당 공식 후보가 됐다. 주류가 일제히 도운 결과이기도 하지만 박 후보가 인물이나 자질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박 후보가 통합 경선에서 비록 패배했지만 이는 개인이 졌다기보다는 민주당이 패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국회의원 선거를 제외하고는 다른 선출직 선거에 나서본 경험이 없는 박 후보로선 꽤 선전했다는 게 당내의 중론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 같은 큰 선거에 나가서도 손색없는 후보임이 증명돼 앞으로 그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후보는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도 의정활동에 매진하면서 정치적 파워를 키워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내년 4월 총선에서 당선돼 3선 의원이 될 경우에는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미지를 잘 관리해 나갈 경우 3년 뒤 치러질 차기 지방선거에서 재차 서울시장직에 도전할 수도 있다.
반면 통합 경선을 진두지휘해 온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타격이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애초 당내 주자 발굴보다는 외부 인사에 눈길을 돌려 당 경선을 띄우는 데 실패했고, 결국 이런 흥행실패가 통합경선 패배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많기 때문이다.
손 대표 측근들은 무엇보다 “아직 당심(黨心)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평가에 아파하고 있다. 민주당이 조직에 앞서 현장투표로 뒤집을 수 있다는 예상과는 달리 ‘동원 대결’에서도 실패한 것이 손 대표가 아직 당에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했다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손 대표가 시민후보인 박원순 변호사를 민주당에 영입해 본선에서 승리할 경우에는 체면이 설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야권 대통합도 탄력 있게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박 변호사가 입당하지 않거나 본선에서 질 경우에는 손 대표 역시 책임론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