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의 7년 외길 마침내 꿈 이루다… 재미교포 나상욱 감격의 PGA 첫승

입력 2011-10-03 18:54


“이번 대회 끝나기 하루 전에도 2위로 대회를 마치는 악몽을 꿨습니다. 우승을 하니 이제 정말 홀가분하네요.”

재미교포 나상욱(28·타이틀리스트)이 211번째 도전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나상욱은 3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서머린TPC(파71)에서 열린 저스틴 팀버레이크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최종 4라운드 17번홀(파3)에서 우승을 확정짓는 13m 버디 퍼트 등 이날 만 6언더파 65타를 쳤다. 이로써 최종 합계 23언더파 261타를 기록한 나상욱은 동반플레이를 펼친 ‘장타자’ 닉 와트니(미국·21언더파 263타)를 2타차로 따돌리고 PGA 투어 진출 7년 만에 꿈에 그리던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서 태어나 8살 때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민을 간 나상욱은 12세 때 US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 본선에 진출, 미국골프협회(USGA) 주관 대회 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우며 골프신동으로 이름을 높였다. 고교 신입생이던 2000년에는 LA시티챔피언십 외에도 나비스코 주니어챔피언십, 핑피닉스 챔피언십, 스콧로버트슨챔피언십, 오렌지볼 국제챔피언십 등을 모조리 휩쓸며 미국 주니어 무대를 평정하기도 했다. 나상욱은 아시아프로골프(APGA) 투어 신인왕에 올랐고, 결국 2003년 12월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21위로 합격증을 받아 PGA 투어 멤버가 됐다. 그때만 해도 PGA 투어 우승의 문도 곧 열릴 것 같았지만 PGA 투어 우승으로 가는 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05년 FBR오픈에서 준우승, 같은 해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는 연장까지 가서 역시 준우승에 머물렀다. ‘우승할 때가 됐다’는 평을 들었던 2006년에는 시즌 초 손가락이 차 문에 끼는 부상 탓에 시즌 하반기까지 투어를 뛰지 못했다. 여기에 2009년 팔 부상으로 또다시 슬럼프에 빠졌고, 올 4월 발레로 텍사스 대회에선 9번 홀(파4)에서 무려 16타를 쳐 12오버파인 듀오디큐플(Duodecuple)을 기록하는 대형사고를 치기도 했다. 올 시즌 초에는 아버지가 백혈병으로 병상에 누워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상욱은 심기일전해 이번 대회에서 ‘210전 211기’로 우승을 차지해 자신을 짓눌렀던 굴레는 일거에 날려버렸다. 이번 우승으로 나상욱은 2013년까지 PGA 투어 출전권을 확보했고 이번 시즌 상금 랭킹도 33위로 뛰어올랐다. 세계랭킹도 76위에서 62위로 올라선 나상욱은 “그동안 힘들지 않았던 대회가 없었지만 우승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다”면서 “모든 사람이 우승을 기대했는데 이제야 우승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