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말라붙는 中企… 광물·목재·운수 ‘비명’

입력 2011-10-03 21:42


상장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기 3개월 내에 현금으로 자동 전환되는 예·적금)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의 ‘금고’가 텅텅 비고 있다. 보유 현금이 줄어들면 기업이 유동성 위기에 쉽게 빠진다.

3일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 632곳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총액은 6월 말 현재 48조133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52조940억원)보다 7.6% 감소했다.

632곳 가운데 357곳(56.5%)에서 현금성 자산이 줄었다. 현금성 자산이 30% 이상 감소한 상장사는 215곳(34.0%), 50% 이상 감소한 상장사는 128곳(20.3%), 70% 이상 줄어든 상장사는 59곳(9.3%)이었다.

현금성 자산이 50% 이상 줄어든 128곳 중 118곳(92.2%)은 시가총액 기준 100위 이하의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은 10곳에 불과했다. 업종별로는 비금속광물(-40.7%) 종이목재(-33.1%) 운수창고(-26.4%) 서비스업(-21.4%) 등의 감소 폭이 컸다. 중소기업이 많은 업종에서 상대적으로 현금성 자산 감소세가 두드러진 것이다.

유독 중소기업에서 현금성 감소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우리 경제가 대기업 중심 구조이기 때문이다. 불황 여파로 대기업이 투자를 축소하면서, 대기업에는 현금이 쌓이는 반면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갈수록 목마르게 되는 것이다.

대우증권 백운목 기업분석부 이사는 “중소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대기업에 비해 부족하다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며 “제조업 비중이 낮아져 대기업의 투자가 위축되는 점이 중소기업의 현금 사정을 점점 나쁘게 한다”고 분석했다.

중소기업에 현금 확보 비상령이 내렸지만 자금 조달은 쉽지 않다.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줄였다.

8월 말 현재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 말보다 1322억원 줄었다. 신한은행은 4490억원, 우리은행은 4541억원, 외환은행은 3300억원, 하나은행은 554억원 축소된 상태다.

여기에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코스닥 상장사의 8∼9월 유상증자 규모는 지난해 동기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다.

코스닥 신규 상장도 눈에 띄게 줄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보유 현금이 부족해지면 기업은 부도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