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땅짚고 헤엄친 ‘이자 장사’… 3분기 순익 3조원 넘게 챙겼다

입력 2011-10-03 21:44


국내 시중은행이 올 3분기에 막대한 순이익을 거둬들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예대마진(대출이자에서 예금이자를 뺀 이익)을 최근 수년 내 최고 수준으로 올리면서 ‘이자 장사’가 수월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대출금리를 올리는 계기가 됐다. 저축은행의 대규모 부실사태가 시중 자금을 은행으로 집결시키는 바람에 수신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자금 수급이 원활했다.

그러나 시중은행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공공기관 성격을 띠는 은행이 초과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시중은행의 사회공헌 활동은 자체 사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은행권 3분기 순이익 ‘훨훨’=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KB·우리·신한·하나·기업·외환·대구·부산 등 8개 은행 및 금융지주에 대한 각 증권사의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 3분기 순이익이 3조310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협 수협 등을 포함한 전 은행권의 지난 2분기 순익(3조1000억원·현대건설 매각이익 제외)을 넘어서는 규모다. 대규모 충당금이 환급됐던 2005년 3분기 실적조차 웃도는 수치다.

신한금융의 3분기 순이익 전망치가 780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금융 7441억원, 우리금융 5371억원, 기업은행 4688억원, 하나금융 3311억원, 외환은행 2446억원, BS금융 1153억원, DGB금융 890억원 순이었다. 금융업계에서는 이런 추세가 4분기에도 이어질 경우 올해 은행권 순이익은 사상 최대였던 2007년 15조원을 넘어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자 장사’ 비난 높아져=지난 8월 시행된 가계대출 규제는 시중은행이 예대마진을 늘리는 데 크게 도움이 됐다. 금융당국은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던 가계대출을 줄이기 위해 고정금리 대출 확대 등의 규제 방안을 관철시켰다. 그 결과 시중은행의 외형확대 경쟁은 다소 주춤했다. 대신 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은행은 7월부터 석 달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시켰지만 은행의 신규 가계대출금리는 7월 연 5.46%에서 8월 연 5.58%로 한 달 사이 0.12% 포인트나 뛰었다. 지난 1월∼7월 사이 대출금리 상승 폭 0.16% 포인트를 한 달 만에 추월한 것이다.

여기에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은행이 수신금리를 낮추도록 하는 도화선이 됐다. 굳이 예·적금금리를 올리지 않더라도 갈 곳을 잃은 시중 자금이 은행으로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분기별로 10조원을 넘은 적이 없었던 은행 이자이익은 3분기에 10조원을 가볍게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은행이 지나치게 ‘이자 장사’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힘없는 금융소비자의 팔을 비틀어 주주에게만 이익을 나눠 주는 것이다.

유럽에서 도입한 은행세처럼 은행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과도한 이익에 대해 과세하거나 이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영국, 독일, 프랑스는 올해부터 은행세를 도입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과세 제도를 만들 예정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