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일찌감치 50% 훌쩍… 흥행 성공에 축제 분위기
입력 2011-10-03 15:27
범야권 서울시장 단일 후보 경선이 대성공을 거두며 막을 내렸다. 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현장투표 열기는 국민참여경선 역사상 가장 뜨거웠다. 체육관 주변은 온종일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경선 대흥행=투표율은 오후 4시33분 현재 50.01%를 기록하며 50%벽을 넘어섰다. 30%대에 머물던 과거 국민참여경선과 비교하면 기록적인 투표율이다.
오전 분위기는 민주당이 우세했다. 아침 9시 정도까지 조직표로 짐작되는 중장년층이 투표소를 많이 찾았다. 민주당에선 ‘해보나마나한 승부’라는 낙관론이 빠르게 퍼졌다. 박영선 후보 측 김형주 대변인은 “1만2000명 정도가 투표장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 투표율은 35∼36% 정도”라며 “바람보다는 조직이 더 힘을 발휘하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레 승리를 전망하기도 했다.
시민후보 박원순 변호사 측은 트위터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필사적으로 투표를 독려했다. ‘경선장 분위기가 8대 2로 불리합니다. 서둘러 투표에 참여해주세요’라는 메시지도 전파했다.
상황은 오전 11시를 기점으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나들이 차림을 한 직장인, 아이를 동반한 가족 등 젊은층이 대거 투표장에 몰렸다. 박 후보 측은 긴장을, 박 변호사 측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렇게 이른 시간에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투표장을 찾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오전에는 간혹 박 후보 지지자들이 ‘박영선’을 연호해 제지받는 모습도 나왔지만 오후엔 시민들이 박 변호사를 둘러싸고 사진찍기 공세를 폈다.
◇축제 같은 경선장=현장투표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체육관 주변에는 투표를 마친 뒤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기 위해 ‘인증샷’을 찍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휴대전화로 인증샷을 찍은 김문재(32)씨는 “야권 단일 후보를 잘 뽑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해 스스로 신청했다”며 “박 변호사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아이 둘을 데리고 투표장을 찾은 이모(35)씨는 “아이들에게 산교육을 시키기 위해 투표장에 왔다”고 말했다.
명사들도 투표장을 많이 찾았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도가니’의 원작자인 공지영 작가는 오후 1시쯤 투표장에 나와 “앞으로 이런 일에 적극 참여하는 좋은 시민이 되겠다”고 말했다.
오전 10시쯤 투표장을 찾은 서울대 조국 교수는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장충체육관에서 투표하고 오전 동안 주변에 있었는데 어르신들이 매우 많으시네요. 오후에는 20, 30대 청년들이 많이 오시면 좋겠습니다”며 젊은층의 투표를 독려했다.
◇후보들의 애절한 지지 호소=박 후보와 박 변호사,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는 오전 7시 경선 개시와 함께 한 표를 행사했다. 박 후보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공손한 자세로 기다리겠다”며 “하늘이 열리는 개천절인 만큼 모두가 승리하는 날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짧지만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최 후보는 “마음을 비우고 임하고 있다. 누가 되더라도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외 유세전도 치열했다. 민주당에서는 손학규 대표, 정세균 이인영 최고위원, 김부겸 전현희 의원 등이 참석했다. 추미애 의원도 박 후보 옆에 나란히 서서 지지를 호소했다. 손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제가 직접 경선 참여를 독려하는 전화를 돌리는 등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제가 소통 잘할 것 같은 사람 1위인 것 아시죠. 늘 함께하겠다”고 말하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요청했다. 최 후보는 강기갑 전 대표와 함께 시민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하며 한 표를 호소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