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바람’ 막기 발등의 불… 박근혜 ‘나경원 지원’ 더 압박
입력 2011-10-03 15:30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3일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대 시민사회 진영의 박원순 변호사 간의 경쟁 구도가 되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정치권 후보인 박 변호사가 선전할 경우 향후 총선·대선 구도 자체에도 지각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아직까지 나 후보 지원 여부에 함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모든 얘기에 앞서 (복지에 대한) 당론을 정해야 한다”고 말한 이후 쏟아지는 질문 공세에 이렇다 할 만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거는 후보와 당 지도부가 중심이 돼서 치러야 한다’는 평소 박 전 대표의 소신에 비춰 봤을 때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3일 전에 박 전 대표가 나서서 지원 여부를 거론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나 후보가 지난 1일 “소득 상위 수준에 있는 분들에게는 (무상급식을) 드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라고 밝힌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인식 차이 때문에 박 전 대표가 나 후보를 돕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박 전 대표가 이를 이유로 나 후보를 지원하지 않을 경우 보수 성향의 ‘집토끼’들로부터 “왜 같은 편인데 돕지 않느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박 전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도 아닌데 도대체 왜 이렇게 시달려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박 전 대표를 둘러싼 답답한 상황과 달리 야권의 상황은 훨씬 가변적이고 역동적이다. 무엇보다 박 변호사를 돕기 위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막판 구원투수 등판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 경우 박 전 대표와 안 원장 간의 지원 경쟁 구도가 펼쳐지면서 박 전 대표가 상당히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 사실상 총선 전초전 성격으로 선거판이 확대되면서 박 전 대표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전 대표로서는 선거 지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선거의 여왕’이라는 위상이 타격 받을 수 있다. 특히 박 전 대표가 수도권 20∼30대 젊은층에서 안 원장에게 뒤떨어진다는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될 경우 큰 상처를 받을 것이란 얘기가 많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박 전 대표가 지원을 하게 되더라도 방식이나 강도를 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친박계에선 박 전 대표가 선대본부장이나 고문 등 공식 직책을 갖고 뛸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기류가 대세다. 친박계 핵심 의원은 “선거 지원을 하게 되면 직책 없이 자연스럽게 돕는 형태가 되지 않겠느냐”며 “전국적으로 11곳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만큼 부산이나 충청 지역 등 박 전 대표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