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규모 원조 미끼 ‘미래의 땅’ 파상공세… 무서운 속도로 아프리카 ‘야금야금’
입력 2011-10-03 18:33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아프리카를 삼키고 있다. 대규모 원조를 앞세워 새로운 자원공급처이자 급성장하는 소비시장을 거세게 공략 중이다. 중국 기업은 식당, 유통, 약국, 슈퍼마켓에까지 진출했다. 수단, 콩고 등 신흥 자원부국과 협력을 강화하며 자원도 선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전문가들은 ‘마지막 미개척지’인 아프리카 진출 전략 수립과 교두보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약국, 식당에까지 파상공세=3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아프리카 교역은 1200억 달러에 이르렀다. 2000년 100억 달러에서 불과 10년 만에 12배 늘었다. 2015년에는 3000억∼4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중국 기업은 파상공세다. 아프리카 49개국에 중국 기업 2000개 이상이 나갔다. 자원, 인프라, 농업, 제조업, 금융업은 물론 식당, 양품점, 약국, 슈퍼마켓, 영세사업에까지 진출했다. 2000년 3%에 불과했던 중국 상품의 아프리카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4%로 껑충 뛰었다. 또 중국은 아프리카 자원을 빨아들이고 있다. 원유, 코발트, 망간, 크롬, 구리, 목재 등 각종 원자재가 대상이다. 지난해 중국의 원유 수입 상위 7개국에는 앙골라(2위), 수단(6위)이 들어 있다. 두 국가에서의 원유 수입액은 290억 달러로 사우디아라비아(1위·255억 달러)를 웃돈다. 직접투자도 급팽창했다. 2003년 4억9100만 달러였던 중국의 아프리카 직접투자(누적액 기준)는 2009년 93억3200만 달러로 치솟았다.
◇뒤처진 한국=중국의 아프리카 공략 최대 무기는 대규모 원조다. 2009년 말 누계 기준으로 중국은 400억 달러에 이르는 개발원조(ODA) 가운데 45.7%를 아프리카에 투입했다. 최근 중국의 아프리카 원조는 ‘앙골라 방식’(자원담보 차관)이라는 특징을 보인다. 대규모 차관으로 인프라를 건설해 주고 대가로 자원개발권이나 원자재를 직접 받는 방식이다. 자원 확보 경쟁이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은 신흥 자원부국이 대상이다.
중국은 지난달 24일 유엔이 개최한 ‘아프리카의 뿔 기근 문제’ 장관급 원조국 회의에서 4억4320만 위안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식량 원조를 약속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의 뿔은 아프리카 동북부에 자리잡은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케냐 등을 지칭한다. 이 지역은 6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들었다.
중국에 비해 우리는 한참 뒤처져 있다. 지난 7월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 정상으로는 처음 남아프리카공화국, 콩고, 에티오피아를 방문했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압축성장을 이뤘던 경험을 앞세워 ‘맞춤형 경제발전 공유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본다. 박영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프리카팀장은 “중국을 바라보는 아프리카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대규모 인력 진출, 저가 상품 공세, 자원을 대가로 한 원조 등 실리 위주 경제협력 전략이 비판받고 있다”고 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