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인기학군 전셋값 주춤… 수도권은 오름세

입력 2011-10-03 21:53

매매 경색과 전세가 급등이 이어지던 주택시장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추석이 지난 뒤 생애최초 주택대출이 급증하며 매매 회복 신호가 보이고, 서울 도심과 인기 학군 지역의 전세가는 최근 1∼2개월 사이 하락하거나 주춤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매매 수요가 살아나면서 전세난도 완화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가을 이사철의 일시적인 현상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생애최초 주택대출 증가, 전세→매매 수요 전환?=국민주택기금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추석을 넘기면서 크게 늘었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은 부부합산 연소득이 4000만원 이하인 무주택 가구의 최초 주택 구입시 일정 규모 이하 주택에 한해 가구당 2억원까지 빌려주는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지난달 1일부터 26일까지 국민주택기금의 생애최초 주택자금대출 실적은 총 150억9600만원으로 집계됐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올 1∼8월 월평균 대출액 119억 9200만원에 비해 30억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추석 이후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추석 연휴 전에는 하루 평균 7건씩, 53억5000만원에 불과했으나 연휴 이후엔 20건씩 1261억원이 대출됐다. 건수로는 3배, 금액으로는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생애최초 대출은 지난 4월 총 443건에 211억4000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5∼8월에는 월간 103∼168건으로 저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1일부터 26일까지 총 229건으로 늘어났다.

이런 대출증가는 지난달 1일부터 생애최초 대출 금리가 종전 5.2%에서 4.7%로 0.5% 포인트 낮아진 데다 전셋집을 구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일부 매매로 돌아서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세는 서울 도심 안정세, 수도권은 여전히 상승=서울 도심의 전세가는 다소 하락하거나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전반적으로 약보합세다. 추석이 지나면서 전세를 구하려는 세입자들의 문의도 뜸해졌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길음동 길음 뉴타운 6단지 79㎡(이하 공급면적)의 전세가는 2억5000만∼2억6000만원 수준으로 소폭 하락했다. 이 일대 아파트는 추석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다 지금은 세입자들의 문의가 거의 끊어져 전세 물건이 남아돈다는 게 현지 부동산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학군 선호도가 가장 높은 서울 대치동 삼성아파트나 대치 아이파크 등 아파트의 전세가는 2∼3개월 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난 7월 청실아파트 재건축과 우성아파트 리모델링을 앞두고 쏟아졌던 이주 수요 등이 이미 해소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전세가 강세지역이었던 목동뿐 아니라 강동구, 용산구 등도 고점을 찍은 뒤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했다.

반면 수도권은 여전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의 전월대비 전세가 상승률은 8월 0.58%에서 9월 0.70%로 높아졌고, 신도시는 8월 0.56%에서 9월 0.86%로 더욱 가파른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서울 전세가가 너무 비싸 상대적으로 저렴한 경기지역으로 수요가 몰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1번지 박원갑 소장은 “서울 지역은 현재 전세 시장이 전반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해에는 9월보다 11월에 전세가 더 올랐기 때문에 아직 전세난이 해소됐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노석철 권지혜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