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적자감축 목표 달성 못해”… 글로벌 경제 다시 ‘태풍 속으로’
입력 2011-10-04 01:45
그리스 위기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리스가 재정 적자 감축 목표를 이행하지 못할 것이란 발표로 또다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해법 도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세계 증시는 3일(현지시간) 하락세를 탔다. 제때 80억 유로의 6차 지원금이 집행될지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그리스 내각은 2일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채택했다. 예산안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제성장률이 올해와 내년 -5.5%, -2%로 후퇴할 것이란 예측과 그에 따른 재정적자 비율을 전제로 결정됐다. 그리스 정부는 예산안을 4일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문제는 GDP 대비 재정적자 목표치다.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재정적자 비율은 각각 8.5%와 6.8%로 계산됐다. 당초 7.6%와 6.5%보다 높여 잡은 수치다. 그리스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악화됐고, 세수확충 여력도 고갈됐음을 의미한다.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는 성명을 통해 “유럽 차원의 결정은 무엇보다 우리에게 달려있다”고 당부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오는 9일쯤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그리스 지원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한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의 이번 발표가 국제통화기금(IMF)·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 등 트로이카 실사 결과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열린 유럽 재무장관 각료이사회(ECOFIN)도 애초 80억 유로의 6차 자금지원 집행을 승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단 트로이카 실사단의 실사결과 보고서 발표 일정 등을 이유로 결정을 13일로 연기했다.
여기에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시한이 열흘 정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 발효 여부, 무디스의 이탈리아·스페인 국가신용등급 평가도 유로존 위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달엔 유럽 각국의 국채만기 시일도 몰려있어 방안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 수장이 조만간 교체되면 리더십 공백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소식이 전해진 3일 글로벌 증시는 급락했다. 홍콩 증시는 장중 5% 가까이 빠져 2009년 5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대만 기권지수도 각각 1.78%, 2.93% 하락, 거래를 마쳤다. 유럽 증시 역시 주요국별로 2~4% 떨어졌고, 뉴욕증시도 0.3~0.5% 하락 출발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