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범야권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 변호사

입력 2011-10-03 21:33

박원순 변호사가 어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범야권 후보로 결정됐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막판에 박 변호사를 맹추격했지만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로써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와 박 변호사 간 한판 승부가 벌어지게 됐다. 박 변호사가 민주당에 입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여당 대 무소속 후보 간 대결이라는 사상 초유의 선거전도 예상된다.

박 변호사의 승리는 ‘안철수 돌풍’이 불 때부터 예견됐다고 할 수 있다. ‘안철수 돌풍’은 안철수 교수라는 개인이 좋아서가 아니라 기존 정치권이 꼴 보기 싫다는 여론이 표출된 것이다. 안 교수로부터 후보 자리를 양보 받은 박 변호사 지지율이 급상승한 것은 정치권을 불신한다는 유권자들 심리에 ‘안철수의 양보 효과’가 합쳐진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는 박 변호사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를 위해 박 변호사는 철저한 검증을 자처해야 마땅할 것 같다. 시민운동을 하면서 대기업으로부터 후원받은 과정과 액수, 사용내역 등을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대기업으로부터 기부 받아 ‘한 푼도 개인적으로 먹지 않고’ 전부 좋은 일에 썼는데 뭐가 문제가 되느냐, ‘오죽 자신이 있으면 모두 공개했겠느냐’는 말로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대기업으로부터 돈을 받는다는 것 자체를 꺼리는 순수한 시민운동가들도 많다. 더욱이 항간에는 이미 보도된 것 이외에 박 변호사와 대기업 간 유착을 증명하는 또 다른 사례들이 떠돌고 있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박 변호사와 한나라당 후보와의 서울시장 ‘본선’이 박 변호사 청문회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얘기한 이유이기도 하다.

범야권 후보로 결정되기도 하루 전 날인 2일 박 변호사의 대변인이 양화대교에 아치를 설치하는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면서 공사를 밀어붙인다면 그 관계자들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치 벌써 서울시장이 된 것처럼 큰소리치는 오만함으로 비쳐진다. 시민사회세력의 지원을 받고 있는 박 변호사 측 반응으로 보기엔 부적절하다. 낮은 자세로 선거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