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심명] 글로벌 시대의 문화능력
입력 2011-10-03 17:39
국내 거주 외국인은 약 130만명으로 국내 인구의 2.7%를 차지한다. 이주노동자, 국제결혼 이민자, 외국국적 동포, 유학생, 외국인 인턴 등 체류 유형도 다양하다. 눈여겨볼 것은 최근 10년간의 외국인 유입 비율이 이전 수십 년을 합한 것보다 급증했고 향후 유입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외국인 급증에 따른 문화적 다양성이 점차 확대되어 가고 있으나 우리 국민의식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단일민족의 순혈주의라는 인종적 편견이 한국인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이는 사회통합 저해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이제는 다문화에 대한 차별적 의식을 떨치고, 다름과 차이를 존중함으로써 다문화인들에 대한 민족적, 문화적 정체성을 인정하는 사회풍토를 조성할 때다. 이를 위해 다문화 경험이 일천한 국민 의식을 전환시키는 ‘문화능력’의 배양이 요청된다.
문화능력(cultural competence)은 개별 문화집단의 신념과 행동, 관습을 서로 이해하는 데 필요한 구성원의 자질과 태도, 지식 등의 다문화적 상호 작용과 관계형성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능력의 습득이야말로 문화적으로 다변화된 사회 환경에서 효과적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다문화 교육에서 다뤄져야 할 요소다.
현행 교육제도 하에서 우리 학생들은 학업에 몰두하느라 사회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데 무리가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일반 학생들이 다문화 또래들과의 긍정적 관계 형성에 대한 의문은 물론 성인이 되어 사회에 진출할 때 다문화 사회를 온전히 선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제교육협의회(IEA)가 2009년 세계 36개국 출신 중학생을 대상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의 역량을 비교한 결과 우리나라는 35위였다.
따라서 한국 다문화 교육, 특히 학생의 문화능력 배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문화능력 육성은 초등교육 시기에 다뤄지는 것이 좋다. 아이들은 문화 다원주의적 가치관을 조기에 내재화시킬 때 응집력 있는 다문화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성숙한 세계시민 사회인에 걸맞은 역량을 갖출 것이다.
문화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교사 교육과 교과과정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전문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교사양성 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인 교육이 실시돼야 하며, 현직 교사들에 대한 교육훈련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교과 과정도 새로 설계돼야 한다. 다른 문화와 민족에 대한 인식의 폭을 대폭 넓혀 주는 방향으로 수업 활동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문화능력을 배양하는 교육은 다문화인에 대한 배타적 인식과 갈등을 극복함으로써 통합된 사회질서의 주춧돌을 놓을 것이다. 오늘날 다문화 관련 이슈는 우리에게 기회이자 도전이다. 한국 시민사회 내부에 공정성, 상호 존중, 관용의 정신이 깃들 수 있도록 문화능력을 고취시키는 교육정책이 체계적으로 마련되고 이를 실효성 있게 이행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문심명 국회사무처 행정사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