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공동체 희망을 쏜다-(1부) 마을 기업, 희망의 공동체] ② 강원 지역 44곳 운영
입력 2011-10-03 18:07
도시민 목화따기 체험 오면 마을주민 50명 총출동
강원도 춘천시 남산면 광판3리 섬배정보화마을. 춘천시내에서 출발해 승용차로 40분가량 걸리는 이곳은 요즘 목화 체험을 하려는 방문객들로 매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도시에서는 물론 시골 젊은층은 접해보지 못한 ‘목화따기 체험’ ‘물레로 목화실 만들기’ 등 목화 체험이 입소문을 타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도시민들의 목화 체험이 있을 때면 방문객 규모에 맞춰 50명의 마을주민이 ‘출동’한다. 체험 방문객들은 할머니가 만들어 주는 떡을 먹고, 큰아버지가 모는 트랙터에 올라타 보기도 한다. 그러면서 잊고 있었거나 경험해 보지 못한 농촌의 후덕한 인심을 온몸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올해는 예년보다 보름가량 늦은 지난달 22일부터 체험장을 열었다. 벌써 1200명의 도시인들이 찾아 왔다. 2007년부터 체험장을 운영하는 섬배정보화마을 운영위원회는 올해 방문객이 3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잘사는 농촌’ 만들기=지난달 29일 오후 1시에 찾은 섬배정보화마을은 어린이들로 시끌벅적했다. 노령화되는 요즘 농촌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춘천 지역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온 아동 170명은 체험장 곳곳에서 목화를 직접 따보기도 하고, 자기 키만한 떡메를 들고 열심히 흑미떡을 내리치고 있었다. 체험장 분위기는 마치 야유회나 학교 운동회 같았다.
이곳에서는 각 농가의 작물과 농기구, 집안살림 모두가 체험 행사에 동원된다. 백합을 키우는 마을주민은 아이들에게 백합 화분을 만들어보도록 돕고, 비교적 몸이 민첩한 중장년층은 곤충잡기 체험과 국궁 체험, 버들피리 만들기 체험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는다.
아이들에게 국궁 쏘기를 지도하던 주민 손대찬(45)씨는 “각자 집에서 일을 하다가 나와서 일손을 돕지만, 아이들의 모습이 정말 해맑아 힘든 것도 잊고 즐겁게 일한다”고 말했다. 아이들 인솔자인 춘천유치원 김형기(60) 원장은 “아이들 안전이 가장 신경 쓰이는데 주민들의 세심한 배려에 그 부분도 만족한다”고 흡족해했다.
사실 마을기업인 섬배정보화마을 주민들의 주 수입원은 체험장 운영이 아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최중원(53) 운영위원장의 휴대전화는 연신 울려댔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오이 가지 토마토 감자 등 농작물에 대한 통신판매 주문 문자메시지가 끊임없이 도착했기 때문이다. 최근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고 한다.
최 위원장은 “체험장은 우리 마을과 농촌을 알리는 홍보 수단이고 우리 마을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알리는 무형의 자본”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체농업지원센터’는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포동2리의 마을기업이다. 해가 저무는데도 작업장에는 마을주민 11명이 나와 농산물을 포장한 상자들을 택배 차에 싣고 있었다. 11명 중 9명은 칠순이 넘었지만 힘든 내색 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상자들을 옮겼다.
포장 작업에 열중하던 이창예(75) 할머니는 “이 일을 안 하면 집에서 놀기만 할 텐데 작업장이 사랑방 역할도 하고 돈도 벌게 해줘 아주 좋다”고 활짝 웃었다.
이들이 포장한 상자 속엔 횡성 갑천면 일대에서 만들어진 유정란 두부 호박 포도 등 9가지 신선한 농산물로 채워져 있다. 이날 포장한 상자는 112개로 280만원의 매출(상자당 2만5000원)을 올렸다. 다음주 작업 분량은 벌써 81상자가 주문된 상태였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에 모여 작업하고, 수익을 나눠 갖는다. 벌써 올해 매출이 1억2000만원을 넘겨 지난해 매출과 맞먹고 있다. 또 9월에만 1800만원을 벌어들이는 등 지난해보다 매출이 50%가량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원센터 신용한(42·여) 사무장은 “봄엔 냉이, 취 같은 나물을 넣는 형태로 철 따라 채소와 과일을 팔고 있는데 도시민들로부터 호응이 좋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실질 자립형 마을기업 육성=강원도에는 9월 말 현재 섬배정보화마을이나 횡성 갑천면의 공동체농업지원센터 같은 마을기업이 44곳이다. 마을기업 육성 사업 첫해인 지난해에 13곳을 선정하고, 올해는 그보다 2배 이상 많은 31곳이 선정됐다. 지원되는 예산도 지난해 15억6600만원에서 올해 21억260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강원도 내 마을기업은 농촌 지역이 많은 지역 특성상 영농조합법인 형태가 전체의 70.5%인 31곳으로 가장 많다. 마을기업은 선정 첫해 5000만원, 2차연도에는 3000만원을 각각 지원받는다.
마을기업 사업의 가장 큰 의미인 일자리 창출은 지난해 137명이었고 집계가 진행 중인 올해는 300여명 수준이 될 것으로 강원도는 보고 있다.
도가 마을기업 사업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지원 종료 후 자립가능 여부다. 기반을 잡을 때까지 지원하지만 향후 자립적으로 수익을 지속 창출할 수 있도록 육성하는 게 사업의 열쇠라는 것이다.
도는 따라서 춘천권 원주권 강릉권 등 3개 권역으로 구분해 통합교육과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또 3개 권역에 마을기업 협의회를 구성해 마을기업 간 워크숍 개최 등 네트워크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
춘천=글·사진 박성은 기자 silv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