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속 지우개 ‘치매’ 싹~ 지워버리자

입력 2011-10-03 17:06


스마트폰, 넷북보다도 간편한 태블릿PC가 보편화되며 등장한 신조어가 있다. 바로 ‘디지털 치매 증후군’이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지 않고는 가족의 전화번호, 어제 먹은 식사 메뉴 등 생활 속의 세세한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을 이르는 말이다. 디지털 치매는 이 시대를 해석하는 하나의 현상이지만 실제 치매 환자의 연령층도 젊어지고 있다.

2010년 8월 통계청이 ‘국가통계’ 분석을 통해 밝힌 복지소외계층 6개 그룹 중 하나에 ‘중년 치매’가 포함될 정도로 젊은 치매환자가 늘고 있다. 치매환자 10명 중 1명은 40∼50대 사이에 치매 증세를 보이는 초로기 치매(初老期 癡?, Presenile dementia)로 집계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년 및 중년층에게 뇌를 활발히 사용하기를 권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치매에 대한 관심은 사회적 현상을 해석하는데 잠깐 ‘인용’될 뿐 정작 가장 심각한 ‘노인치매’ 문제까지 닿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한설희 건국대병원 교수(신경과·대한치매학회 이사장)와 함께 노인 치매의 정보와 올바른 예방, 치료법을 알아봤다.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환자 ‘42만명’= 2006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65세 이상 노인 중 치매 환자는 8.4% 수준에 해당하는 42만명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는 데는 아직 무리가 없지만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이 떨어져 치매의 위험이 큰 상태에 해당하는 ‘경도 인지장애’ 노인도 25%에 달한다. 정부는 현재와 같이 급속한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될 경우 2027년에는 치매 노인이 10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매 20년 마다 치매 노인의 수가 2배로 늘어나는 속도다.

치매는 발병하면 과거의 기억을 잊게 하거나 과거의 한 시점에 집착하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비극성 때문에 드라마나 영화의 소재로도 자주 활용돼 치매라는 질환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치매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되기 보다는 ‘노망(老妄)’, 즉 늙어서 망령이 들었다는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또한 ‘치매는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는 인식도 치매 치료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때문에 초기에 발병 사실을 인지하고 병원을 찾아 적극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는 환자는 소수에 그친다.

◇종류 달라도 조기치료가 중증치매 예방 핵심= 치매는 발병 원인에 따라 크게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와 뇌졸중, 뇌동맥경화 등으로 인한 혈관성 치매, 기타 치매 세 가지로 분류된다. 국내 환자의 71%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는 기억력 감퇴가 먼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인 반면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혈관성 치매는 혈관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치매인 만큼 손상 부위에 따라 언어 기능, 운동 기능 등이 다양하게 상실된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기만 하면 중증으로 발전하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설희 교수는 “치매 초기에는 치료 가능성이 높고 중증으로 가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까지 치매를 완치시킬 수 있는 치료제는 없지만 치매가 중증으로 심각해지는 과정을 크게 지연시킬 수는 있고 이렇게 치료했을 경우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도 그만큼 오래 유지된다”고 조기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평소 뇌 자극하는 건강한 생활습관 도움= 활발한 두뇌활동은 치매의 발병과 진행을 늦추고 증상을 호전시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일부러 두뇌가 활발히 움직이도록 전화번호를 외우거나 간단한 것이라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가장 고려해볼 만한 것은 뇌를 가장 효율적으로 자극하는 ‘손’을 이용하는 것이다. 손을 활용한 만들기나 손놀림이 많은 동작, 놀이는 평소 뇌를 자극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혈관성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고혈압과 당뇨병을 평소에 잘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짜고 매운 식단을 피하고 과도한 음주나 흡연을 삼가는 건강한 생활 습관을 들여야 한다. 신선한 채소나 과일, 호두나 잣 같은 견과류 등을 곁들이는 식습관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단 치매가 의심될 때는 가까운 보건소나 병원을 찾아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60세 이상 노인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치매 조기검진이나 치매 상담센터를 통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약물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한 교수는 “최근에는 치매의 중증도에 상관없이 하루 한 번 복용 가능한 약도 있어 환자는 물론 간병인과 가족의 수고도 많이 덜게 됐다”며 “약을 삼키지 못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녹여먹을 수 있는 구강붕해정이나 패치제도 나와 있어 치료제의 수준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환경도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모두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환자들이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적극적인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영수 쿠키건강 기자 ju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