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 걸’의 비애… 미국대회 추천서 거부해 결국 포기

입력 2011-10-02 19:29

‘한국 스포츠클라이밍의 간판’ 김자인(23·노스페이스)이 올 시즌 처음으로 월드컵 단독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대한산악연맹과의 갈등으로 미국에서 열리는 다음 월드컵에는 출전치 못하게 됐다.

김자인은 2일(한국시간) 벨기에 퓌르스에서 열린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여자부 리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리드는 올라가기 어렵게 각도와 루트를 구성한 인공암벽에서 누가 더 높이 오르는지를 겨루는 스포츠클라이밍의 주요 종목이다. 김자인은 올 시즌 IFSC 월드컵 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했지만 매번 공동우승이어서 빛이 바랬는데, 이번에 강력한 경쟁자인 안젤라 아이터(오스트리아)와 미나 마르코비치(슬로베니아)를 여유있게 따돌리고 단독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김자인은 오는 8∼9일 미국 볼더에서 열리는 월드컵엔 불참한다. 대한산악연맹이 전국체전에 나오라며 월드컵 출전에 필요한 추천서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김자인도 전국체전에 나가지 않겠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올 시즌 IFSC 랭킹 2위에 올라있는 김자인은 선두로 나서려면 월드컵 대회마다 출전해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하지만 연맹은 스포츠클라이밍의 국내 저변 확대 및 숙원사업인 전국체전 정식 종목 승격을 위해 김자인 같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체전 출전을 결정했다. 현재 전국체전에서 남자 경기는 시범종목이고 여자 경기는 그보다 수준이 낮은 동호인 참가종목으로 지정돼 있다.

이에 대해 김자인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대한산악연맹·스포츠클라이밍위원회 여러분, 제가 미국월드컵에 나갈 수 없게 돼 이제 행복하신가요? 제가 (월드컵) 시상식에서 울린 애국가와 (게양한) 태극기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요.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국위선양의 길은 윗분들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전국체전 동호인 종목에 참가하는 게 아니라 이것이라는 걸 왜 아직도 모르시나요?”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여론 역시 세계 정상급 선수를 출전자 구성도 원만하지 않은 동호인 참가대회에 출전하라고 강요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