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24시 동행 르포-③ 무소속 박원순] 마라톤·토론 강행군… “재단에 기부” 인사 건네자 반색

입력 2011-10-02 15:21


서울시장 범야권 후보 결정을 하루 앞둔 2일. 시민후보인 박원순 변호사는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6시에 일어났다. 신문을 보며 부인이 챙겨준 밥과 국으로 아침을 먹은 뒤 옷을 입었다.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날이라서 면바지와 긴팔셔츠 차림에 운동화를 신었다.

오전 8시20분,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평화광장에 도착한 박 변호사는 ‘2011 환경마라톤대회’ 참가자들과 만나 인사를 나눴다. “힘내시라”는 시민들의 격려가 이어졌고, 사진을 같이 찍자는 요청도 쇄도했다.

박 변호사는 지난 TV 토론에서 자신을 공격한 민주당 박영선 후보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과거만 말하는 사람과 미래를 말하는 이, 둘의 차이를 시민들이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누굴 공격하기보다 제 정책과 삶에 대해서만 얘기하겠다”고 말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선거인단 선정 여부가 화제였다. 박 변호사 팬클럽 회원이라는 여성은 “선거인단 모집에 응했지만 탈락했다”며 “당첨된 친구가 좋아서 폴짝폴짝 뛰더라, 완전 로또”라고 했다. 한 시민이 “아름다운재단 기부자”라며 인사를 건네자 박 변호사는 유달리 반겼다. 재벌 기부 논란으로 속이 상했던 듯 “반갑다. 아름다운재단 기부자가 5만명쯤 되고 시민 기부자들이 많은데 재벌한테서 돈 받았다고 뭐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 시민은 “우리가 그 정도 공격은 분별할 줄 안다”며 격려했다.

안국동 선거사무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박 변호사는 도라지즙 한 포를 꺼내먹었다. 연일 강행군에 목이 잠기는 걸 막기 위해서다. 차 속에서 정책팀이 만든 자료도 읽었다. 마지막 TV 토론회 전략 점검 회의는 1시간40분 동안 이어졌다. 회의 후엔 사무실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했다. 자원봉사자 30여명은 선거인명부에 오른 이들에게 하루 종일 전화로 선거 참여를 부탁하는 중이었다.

오후 3시, TV 토론을 위해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 도착한 그는 나이 들어 보이는 이미지를 덜기 위해 ‘흑채’(머리숱이 많아 보이기 위해 사용하는 순간증모제)를 머리에 뿌렸다. 1시간30분 동안 민주당 박 후보,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와 맞짱토론을 펼친 뒤 박 변호사는 “당선되면 민주당 민노당 시민사회 진영과 시정을 함께 운영하겠다”고 당선 후 구상을 밝혔다.

토론이 끝난 오후 6시, 강남 모 식당에서는 선거사무소 관계자들과 저녁식사를 겸한 마지막 전략 점검 회의가 열렸다. 범야권 통합 후보가 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를 가정해 향후 계획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박 변호사는 집에 들어가기 전 집 근처 미용실에 들러 이발을 했다. 백두대간 종주를 끝낸 뒤 수염만 정리했을 뿐 제대로 머리를 만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시대가 움직여야 되는 것이지 제가 어떻게 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