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하는 인문계高 직업반… 현장실습 나갈 수 없어 어렵게 잡은 취업기회마저 놓쳐

입력 2011-10-02 18:45


일반계고 3학년 직업반에 재학 중인 김명관(18)군은 기업 현장실습에 지원해 최종합격을 앞두고 있었지만 학교로부터 “현장실습을 나갈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군은 고민 끝에 어렵게 잡은 취업 기회를 포기했다.

취업반으로 불리는 일반계고 직업반은 2001년 신설됐다. 2008년부터는 정부가 일자리 창출 대책으로 장려하면서 확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직업반에 지원한 학생을 산업정보학교, 시립전문학교, 직업교육학원으로 보내 위탁 교육을 실시한다. 월 12만∼14만원의 학원비 보조금도 지급한다. 일반계고 학생이 특성화고로 전학을 가지 않아도 취업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 일반계고 직업반 지원자는 2009년 6308명, 2010년 6913명, 올해 7285명이다.

그러나 많은 직업반 학생이 특성화고도, 일반계고도 아닌 교육과정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 직업반 졸업자 중 취업도 진학도 못하고 고졸 무직자로 남은 학생은 2008년 35.44%, 2009년 32.54%, 2010년 23.33%였다.

직업반 학생은 특성화고 학생처럼 기업 현장실습을 학기 중에 나갈 수 없다. 대부분 현장실습은 9∼10월 이뤄진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반계고 직업반은 현장실습이 정규 교과 시수로 인정되지 않아 현장실습을 나가게 되면 졸업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성화고 학생에게 적용되는 정원 외 전형 등 각종 특별전형도 이들에겐 남의 이야기다. 정부가 확대키로 한 기능인재추천제 전형도 지원자격을 특성화고 졸업생으로 한정하고 있다.

직업반 학생의 3학년 내신성적은 직업반 학생 수를 기준으로 산출된다. 하지만 직업반 학생이 2∼3명에 불과한 학교가 많아 내신성적이 불리하다. 서울 자운고 박수화 교감은 “직업반 학생은 3학년이 돼서야 직업교육을 받기 때문에 특성화고 학생에게 실기능력으로는 상대가 안 된다”면서 “일반계 학생 사이에서 내신성적이 좋을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강서고 최진원 교감은 “일반계고 직업반은 대학 갈 상황이 안 되는 학생의 마지막 보루”라면서 “사각지대에 남겨진 직업반 학생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