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경절 연휴로 ‘차이나 특수’ 맞은 서울시내 “통큰 요우커들 오면 다 쓸어담아요”

입력 2011-10-02 18:37


2일 화장품, 의류 매장 등이 밀집해 있는 서울 명동 중앙로. 매장마다 ‘환잉광린(歡迎光臨·환영합니다)’ ‘구커웨이왕푸우(顧客爲王服務·손님을 왕처럼 모시겠습니다)’ 등 중국어로 된 현수막이 붙어 있었다. 직원들은 유창한 중국어를 쏟아내며 관광객들을 유혹했다.

A화장품 매장에 들어간 중국인 관광객 대여섯 명은 기초 세트부터 색조, 클렌저 제품까지 ‘싹쓸이’한 뒤 위안화를 냈다. 양손 가득 ‘에뛰드’ ‘네이처리퍼블릭’ 쇼핑백을 들고 있던 리우이옌(27)씨는 “한국 화장품이 품질이 좋고 디자인도 예쁜 데다 가격이 저렴해 마음에 드는 걸 담다 보니 이렇게 많아졌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3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만 해도 달러나 원화로만 계산이 됐는데 이제 위안화를 직접 받는 곳이 많아 훨씬 편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저녁엔 동대문 쇼핑타운에 가서 겨울옷을 사고, 내일 오전엔 시내 면세점에서 평소 찜해 뒀던 루이비통 가방을 살 계획이라고 했다.

중국인 관광객들은 씀씀이가 커 가는 곳마다 제품을 쓸어 담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토니모리 관계자는 “1∼2년 전만 해도 명동을 찾는 관광객 중에 일본인이 가장 많았는데 이제는 중국인이 압도적으로 많다”면서 “중국인들은 스킨, 에센스, 로션, 크림 등 제품 라인업을 한번에 구매하고 같은 제품을 여러 개 사는 등 손이 크다”고 말했다.

동대문 두산타워에서 여성복을 판매하는 김소정(26)씨는 “중국인들은 한번 왔다 하면 10만원대 의류를 수십벌씩 사가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3∼4일간 중국인들이 사간 옷이 여름 비수기 월 매출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이 1인당 지출하는 평균 금액은 262만원으로 일본인 관광객(196만원)보다 30% 이상 많다.

7일까지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를 맞아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한국에 몰려오면서 명동과 남대문, 동대문 상가 일대는 그야말로 북새통이다. 주요 백화점 주차장 입구마다 이들을 태운 대형 버스가 줄지어 서 있고, 한류 스타의 사진을 걸어놓은 행사장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화장품이나 의류 등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제품 매장은 중국어 통역 담당과 중국인 직원을 배치하고 관련 상품을 대폭 늘리는 등 ‘중국인 특수’에 들뜬 모습이었다. 관광공사는 중국 국경절 연휴 동안 한국을 찾는 중국인이 지난해보다 20∼30% 늘어난 7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중국인 관광객은 매년 급증하고 있지만 서울시내 숙박 인프라나 여행 상품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인 관광객들을 상대로 조사해 보면 가장 큰 불만이 숙박시설 부족이라고 한다. ”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