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은 ‘삐끼 천국’… 대학로 등 주말마다 난장판 그냥 지나가면 등뒤에 욕설

입력 2011-10-02 14:30


연휴의 중간인 2일 소극장이 몰려 있는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주변에는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 사이의 연극 호객꾼 20여명이 손님들을 찾고 있었다.

오후 2시쯤 10대 후반의 호객꾼이 A연극 전단지를 들고 있는 20대 여성에게 다가가 “할인된 가격”이라며 B연극을 볼 것을 제안했다. 이 여성이 “저는 그냥 이 연극을 볼래요”라고 지나치자 호객꾼은 이 여성의 뒤를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회사원 김수열(40)씨는 “가족과 오랜만에 연극을 보러 왔는데 호객꾼들이 계속 따라 붙어 불쾌했다”면서 “말이 홍보라지만 구매를 강요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 대학로, 강남, 종로 등 도심에서 ‘삐끼’로 불리는 호객꾼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귀찮게 하는 것은 기본이고 폭언과 욕설 등으로 공포감을 주기도 한다.

호객행위는 경범죄처벌법으로 금지돼 있다. 이 법 1조10호는 청하지 않은 물품을 억지로 사라고 한 사람,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다니는 곳에서 영업을 목적으로 떠들썩하게 손님을 부른 사람 등을 단속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을 어기면 1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호객행위 단속 건수는 급감하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국에서 경범죄처벌법 1조10호 위반으로 단속된 경우는 2007년 1526건, 2008년 2011건, 2009년 2298건으로 늘었다가 지난해 1359건으로 급감했다.

호객행위가 다시 급증한 데는 전단지 배포를 호객행위로 처벌하지 말라는 법원의 권고가 큰 영향을 미쳤다. 서울중앙지법은 2009년 8월 서울 지역 경찰서에 ‘전단지 배포 등은 홍보활동이므로 호객행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단속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전단지 배포로 생계를 이어가는 서민의 고충이 크고, 생계형 전과자가 양산돼 이를 막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법원의 기대와 달리 서울 도심부는 다시 삐끼들의 천국으로 변해가고 있다. 극단 두레를 운영하는 손남목 대표는 “경찰이 호객행위를 단속하지 않으면서 주말과 연휴만 되면 대학로는 난장판이 된다”고 말했다.

경찰도 할 말은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단지 배포를 단속해 즉심에 넘겨도 무죄를 선고하고, 호객꾼을 붙잡아도 그냥 훈방조치한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 호객행위가 전단지 배포와 동시에 이뤄지는데 법원 권고 이후 단속에 많은 부담을 느낀다”며 “업체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