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탱크에 칸막이 쳐 ‘유사석유제품’ 비밀탱크 만들어
입력 2011-10-02 21:32
경찰은 지난달 28일 폭발사고가 났던 경기도 화성시 A주유소를 지난 1일 압수수색했다. 현장에선 유사석유제품을 저장한 비밀 유류탱크가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2일 “유사석유제품을 저장한 비밀탱크에서 빠져나온 가스가 폭발 원인”이라며 “유사석유제품 판매 자체도 문제지만 단속을 피해 만든 무허가 지하 저장고의 화재 위험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화성 동부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지난 1일 오전 8시30분 굴착기로 A주유소 건물 외부 콘크리트 바닥을 뚫기 시작했다. 굴착기는 폭발 장소인 보일러실이 위치한 주유소 건물 뒤편에서 건물 옆 마당까지 ‘ㄱ’자 모양으로 땅을 파들어 갔다.
작업은 수월치 않았다. 경찰과 소방대원 30여명이 5시간 넘게 콘크리트를 부수고 흙을 파냈지만 탱크는 발견되지 않았다. 굴착기가 콘크리트를 부수면 소방대원이 절단기로 철근을 잘라내고, 다시 경찰이 철근 밑 흙을 파내는 작업이 지루하게 반복됐다.
오후 2시쯤 주유소 옆 마당에 설치된 주유기 뒤편에서 기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과학수사대 소속 경찰관이 “이쯤인 것 같다”고 지목했다. 다른 경찰관들은 삽을 가져왔다. 현장에 있던 소방대원은 “유류탱크 근처는 폭발 위험이 있어 수작업으로 수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소방차 2대가 대기했다.
1시간쯤 긴장된 삽질이 계속됐다. 드디어 흙더미 사이로 숨겨져 있던 비밀탱크의 맨홀 뚜껑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고 직후 “유사석유제품 탱크는 없다”고 주장했던 업주 이모(39)씨의 말이 거짓이었음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문제의 탱크는 뚜껑이 2개였다. 하나는 일반석유의 뚜껑이었고, 다른 하나는 유사석유제품이 담겨진 비밀탱크 뚜껑이었다. 경찰은 새로 발견된 뚜껑에 호스를 연결해 유사석유제품을 전량 압수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간이검사를 한 뒤 “비밀탱크에서 유사석유제품 410ℓ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조사결과 업주 이씨는 주유소에 각각 4만ℓ 용량의 유류탱크 5개를 설치한 뒤 이 중 하나를 개조해 내부에 칸막이를 설치하고 1만ℓ와 3만ℓ 탱크로 분리해 운영했다. 경찰 관계자는 “1만ℓ 탱크는 일반석유를 넣어 눈속임을 했다”며 “유사석유제품 판매업소들은 비밀리에 팔기 때문에 소비자는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밀탱크가 발견되면서 폭발 원인도 분명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비밀탱크에서 발생한 유류가스가 역류해 보일러실로 흘러나와 폭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한 석유를 한국석유관리원에 자료를 보내 정밀검사를 실시할 것”이라며 “CCTV 자료와 장부 등도 분석해 업주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폭발 책임을 물어 이씨에게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도 적용할 예정이다.
한편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는 지난달 24일 수원시 인계동 A주유소에 딸린 기계식 세차장에서 가스가 폭발해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A주유소 소장 정모(44)씨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정씨는 허가받지 않은 유류탱크 5만ℓ짜리 2개를 지하에 두고 이곳에 유사석유제품 1만8000ℓ가량을 보관, 판매한 혐의다.
화성=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 수원=김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