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여성 옹호 주지사 살해한 남성 사형선고 받자… 파키스탄 ‘종교 갈등’ 격렬 시위

입력 2011-10-02 18:46

파키스탄이 한 남성의 사형선고를 둘러싸고 종교적으로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파키스탄 법원은 1일(현지시간) 살만 타시르 펀자브 주지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말리크 뭄타즈 카드리에 대해 사형을 선고했다. 이 소식에 수백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판결을 취소하라”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2일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사건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6월 파키스탄 펀자브 주에 살던 아이샤 노린이라는 기독교 여성과 이슬람 신자인 이웃들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졌다. 이웃의 거짓 고발로 노린은 ‘신성모독’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고 지난해 11월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국제사회와 기독교 단체들은 파키스탄의 신성모독법을 폐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에서는 타시르 주지사가 나섰다. 그는 노린의 탄원서를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에게 전하고, 신성모독법 개정 운동을 벌였다.

노린의 사형 집행은 정지됐지만, 이는 또 다른 사건의 시작이었다. 바로 타시르의 경호원인 카드리가 지난 1월 타시르를 살해한 것이다. 카드리는 “주지사가 신성모독법 폐지를 주장하고 노린 사건을 중재한 것에 불만을 품었다”고 살해 동기를 밝혔다.

◇종교 갈등이 원인=결국 이웃 간 종교 갈등에서 시작한 싸움이 국가적인 분열로 확산된 셈이다. 하지만 이를 일회적인 사건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인디펜던트는 “이는 파키스탄 내 기독교와 이슬람교 간 해묵은 갈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전했다.

파키스탄 내에서 소수 종교인 기독교를 옹호하다 죽임을 당한 사람은 타시르뿐이 아니다. 신성모독법 반대 캠페인을 벌여오던 샤바즈 바티 소수민족부 장관 역시 지난 3월 탈레반에 의해 살해당했다. 타시르의 아들인 샤바즈 타시르 역시 지난 8월 납치당해 아직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현재 거리로 나선 이슬람교도들은 카드리의 석방과 노린의 공개 처형을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들이 “카드리를 벌하면, 천명의 카드리가 생겨날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고 전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