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北 최영림 총리 방중때 본 中 언론정책

입력 2011-10-02 18:45

중국 방문길에 나섰던 북한 최영림 내각 총리가 궈칭제(國慶節)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특별기편으로 귀국했다. 최 총리의 방중은 한국 언론의 관심을 그다지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26일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 도착한 뒤 4박5일 동안 나름대로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다.

최 총리는 방중 첫날 자신을 초청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회담한 데 이어 27일에는 후진타오(胡錦濤) 주석과도 면담했다. 이어 28일부터 사흘 동안은 상하이, 난징, 양저우를 하루씩 찾아 산업시설과 공장 등을 둘러봤다.

그는 특히 양저우에서는 지난 5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다녀간 첨단산업단지 등을 똑같이 방문했다.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중국식 사회주의와 개혁개방을 배우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그 같은 의지가 얼마나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겨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사실 최 총리 방중 기간에 한국 언론이 주목한 부분은 딴 데 있었다. 중국 외교부가 북·중 양국 총리회담 포토 세션에 한국 기자 2명을 초청한 것이다. 중국이 북·중 접촉을 놓고 한국 언론에 확인해 주거나 현장 취재를 허용한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 포토 세션은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회담 앞부분 5분가량 계속됐다.

외교부는 이 같은 조치와 관련해 북한 측에 먼저 양해를 구하거나 하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 신문사(新聞司·공보관실에 해당) 관계자는 북한 측과 사전 조율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왜 하느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 방중 때면 “아는 바 없다”는 답변만 반복하던 외교부와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물론 김 위원장은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초청에 따라 비공식 방문 형식으로 오기 때문에 외교부로서도 난처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김 위원장과 최 총리는 그 격에 있어서도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의미심장하다. 중국의 언론 정책이 조금씩 바뀌어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를 두고 모든 걸 감추기는 어려운 현실을 중국 당국이 받아들인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오는 데는 무엇보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의 힘이 컸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