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街를 점령하라” 시위 확산… 보스턴까지 ‘불길’

입력 2011-10-03 00:35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가 심상치 않다.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구호 아래 시작된 시위가 3주째로 접어들면서 경찰에 체포된 사람이 1일(현지시간) 하루만도 700명을 넘어섰다. 시위는 당초 일할 곳이 없던 수백명의 청년들이 주가 됐지만 2000명까지 급격히 불어났고, 시위 목적도 다양화돼 장기화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뉴욕 경찰 대변인은 이날 “시위대가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브루클린 다리’ 위 인도를 벗어나 통행에 지장을 줘 수차례 경고했다”며 “700명 이상을 교통방해 혐의로 체포했으며 대부분은 법정 출두 명령을 받은 뒤 오후 늦게 풀려났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이날 오후 3시30분쯤 뉴욕증권거래소 인근 주고티 파크에 모였고, 브루클린 다리 위 인도를 최종 집결지로 정했다. 이후 시위대가 행진을 시도하자 경찰이 진압에 나섰고, 수백명이 연행됐다.

시위는 보스턴까지 번졌다.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건물 인근에서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시민단체 ‘라이트 투 더 시티(Right to the City)’는 “참가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탐욕을 멈춰라’ ‘BoA 유죄’ 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는 “최고경영자(CEO)는 수백만 달러의 급여와 상여금을 받는데 매달 수천명의 직원은 쫓겨났다”고 외쳤다. BoA는 최근 3만명을 해고했고, 2014년까지 50억 달러 감축하겠다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이날 시위대 중 24명은 무단침입 혐의로 체포됐다.

‘반월가(Anti-Wall Street)’ 시위는 지난 17일 시작됐다. 몇 달 전 한 온라인 언론이 트위터 등을 통해 제안했고, 처음 현장에서는 20대 청년 실업자 수백명이 모인 정도였다. 이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발생시킨 장본인인 금융회사들의 책임 없는 태도 때문에 일반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외쳤다. 하지만 곧 주고티 파크는 장기노숙 농성장으로 변해갔다. 시위 주제도 환경문제와 미국의 대외정책 등 다양한 의제로 확대됐다. 여배우 수잔 서랜든 등 할리우드 스타를 비롯한 각계각층이 이 시위에 동참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7일 “공통분모는 정책 결정자에 대한 경멸과 경계심”이라고 전했다.

시위는 장기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시위대는 겨울까지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워싱턴DC, 텍사스 등 다른 도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48세라고만 밝힌 한 남성은 “우리는 경찰의 강제진압에 분노한 게 아니다”면서 “미국 인구 1%의 과도한 권력에 저항하는 99%의 시위”라고 말했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