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전망치 두달 새 7% ↓ 상장사들 “2012년이 두렵다”
입력 2011-10-02 18:02
증권시장에 상장한 회사들의 내년 실적 전망이 어둡다. 최근 미국·유럽의 재정 위기로 세계 경기 둔화가 예고되면서 증권업계는 상장사가 내년에 거둘 이익 전망치를 두 달 만에 7% 가까이 내려 잡았다. 내년 실적 전망이 추가로 나빠지면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5곳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지난 7월 말 104조7370억원에서 지난달 말 97조4696억원으로 6.9% 감소했다고 2일 밝혔다.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한 12월 결산 상장사 중 국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을 전망한 기업을 대상으로 집계했다. 증권사들은 미국 재정불안, 그리스 국가부도 위험이 금융시장으로 전이된 지난 8월 초 이후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전망치 조정 폭이 큰 종목에는 LG디스플레이(-37.6%), 하이닉스(-29.9%), LG이노텍(-26.1%), LG전자(-17.9%) 등 정보기술(IT)업종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8조1175억원에서 17조868억원으로 5.7% 낮아졌다. IT업종 10개 상장사의 전체 전망치는 9.6%가 하락했다. 통신업종인 SK텔레콤은 전망치 하향 폭이 30.4%에 이르렀다.
최근 활황이었던 화학업종의 LG화학(-4.0%)과 OCI(-10.5%), 정유업종의 SK이노베이션(-12.4%), 자동차업종의 현대차(-0.1%)와 기아차(-0.3%) 등도 비껴가지 못했다. 조선업종의 현대중공업(-7.8%), 철강업종의 포스코(-2.4%)도 이익 전망치가 낮아졌다.
반면 STX팬오션(29.5%), 현대백화점(11.8%), 아시아나항공(5.6%), SK네트웍스(5.5%), 아모레퍼시픽(5.2%) 등은 되레 높아졌다.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일부 건설회사와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등 필수소비재 업체의 실적 추정치도 2∼5%씩 높아졌다.
상장사의 내년 실적 전망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은 ‘MSCI 한국지수’ 이익수정비율로도 확인할 수 있다. MSCI 한국지수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에서 작성해 발표하는 것으로 글로벌 투자 기준이 되는 대표적 지표다. 이익수정비율은 실적 전망에 대한 심리를 보여준다.
KB투자증권에 따르면 한때 50%에 육박했던 이 비율은 지난달 22일 현재 -8.0%로 추락했다. 이 비율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내년 영업이익 추정치가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대우증권 안병국 투자분석부장은 “기업 이익 전망치는 최근 들어 계속 낮게 조정돼 왔다”면서 “아무래도 세계적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그 영향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부장은 “다만 대외 변수의 영향이 큰 만큼 미국과 유럽의 상황이 나아지면 규모의 차이는 있겠지만 전망치가 상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