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추행… ‘불량 원어민 강사’ 감독 구멍
입력 2011-10-02 17:57
지난 8월 1급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있는 갱단 출신 재미교포 김모(33)씨가 서울 강남에서 어학원을 운영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김씨는 1997년 미국에서 살인미수 혐의로 수배령이 내려지자 국내에 들어와 SAT, 토익·토플을 가르쳤다.
학원가에서 원어민 강사의 마약, 성추행 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 당국도 원어민 강사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무등록 원어민 강사를 단속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최근 통과된 학원법 개정안은 학원이 외국인 강사를 채용할 때는 범죄경력조회서와 대마 및 약물검사 결과를 포함한 건강진단서, 학력증명서 등을 반드시 제출받도록 했다. 또 교육감이 입국 후 1회 이상 외국인 강사를 대상으로 한국문화 등에 대한 연수를 실시토록 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현재 시도교육청에 등록된 학원 원어민 강사는 1만5000명 수준이다.
문제는 법의 실효성이다. 정부의 조치가 시교육청에 등록하는 원어민 강사에게만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대형 어학원들은 대부분 원어민 강사를 채용할 때 ‘회화지도(E2)비자’를 받은 강사를 채용한다. E2비자는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미국 등 7개국 원어민을 대상으로 뽑는데 지금도 대마흡입여부가 포함된 건강확인서를 제출해야 비자가 발급된다. 학원법이 도입되면 국내에서 다시 한번 건강검사를 받아야 되는 차이점이 생기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런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는 ‘무등록 강사’들은 사실상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다. 학원가에 따르면 E2비자를 받을 수 있는 국가에서 강사를 데려오려면 통상 월 강의료와 왕복항공권, 집값 등 월 300만원 이상을 지급해야 한다. 대형 학원은 E2비자를 받은 강사들을 정식 등록해 채용할 수 있지만 영세학원은 비용 문제로 무등록 강사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무등록 강사들은 주로 여행비자로 들어오기 때문에 E2비자처럼 검증이 까다롭지 않다. 국내에 들어오고 난 뒤에도 아무런 감독 없이 무등록으로 원어민 강사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원어민 강사 채용업체인 잡앤컨설팅 변건모 실장은 2일 “학부모들 사이에도 백인강사 선호 현상이 뚜렷해 백인이 아닌 원어민 강사들은 대형 학원에 정상적으로 채용되기 힘들다”며 “E2비자를 받고 오는 강사들은 시간당 5∼6만원의 강의료를 줘야 되지만 무등록 강사들은 2∼3만원 정도의 강의료만 주면 되기 때문에 영세 업체가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