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욕장·연초제조창으로 간 미술축제

입력 2011-10-02 17:38


가을을 맞아 지역 곳곳에서 미술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광주광역시에서는 디자인비엔날레(10월 23일까지), 인천에서는 여성미술비엔날레(30일까지), 부산에서는 바다미술제(21일까지), 충북 청주에서는 공예비엔날레(30일까지)가 관람객들을 손짓한다. 나름대로 취지와 주제를 내세우고 있지만 부산 바다미술제와 청주 공예비엔날레가 지역특성을 살린 국제행사로 특히 눈길을 끈다.

◇미술관이 된 해수욕장=부산비엔날레의 일환으로 열리던 바다미술제가 올해부터 독립해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해에 개최된다. 올해 미술제가 열리는 송도해수욕장은 1913년 송도유원주식회사가 ‘수정’이라는 휴게소를 짓고 주변 모래밭을 개발하면서 만들어진 국내 1호 공설 해수욕장이다. 미술제의 상징성을 부각시키고 송도해수욕장의 활성화를 위해 전시장으로 꾸몄다.

‘송도(松島·Songdo)’를 주제로 하는 이번 바다미술제에는 섬유, 돌, 스테인리스 스틸 등으로 만든 29점(공모작 20점, 초대작 9점)이 백사장과 바다 위, 인공폭포와 거북섬 등 해수욕장 주변에 설치됐다. 김도형 문병탁 임상규 등 한국 작가를 비롯해 요시노리 니와(일본), 피터 비틀 콜린스(호주), 리프 자이니(싱가포르), 티안예(중국) 등 12개국 작가들이 전시에 참여했다.

역대 바다미술제에 전시된 작품과 송도해수욕장의 과거사진 등을 볼 수 있는 ‘기록사진전’,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 등 부대행사도 함께 열린다. 또 송도해수욕장 현인광장 주변에는 북카페, 해변 방송국, 모래놀이터, 캐리커처 그리기, 꽃씨 심어주기 등 다양한 이벤트 공간도 마련됐다. 6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와 더불어 ‘예술투어’를 즐길 수 있는 기회다.

◇전시장으로 거듭난 연초제조창=올해 7번째 맞는 청주공예비엔날레는 65년 동안 담배를 생산하다 2004년 문을 닫은 옛 연초제조창에서 국내 첫 아트팩토리형 비엔날레로 열린다. 아직도 담배 냄새가 남아 있는 공장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유용지물(有用之物)’을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에는 65개국 3000여 작가의 다양한 작품이 선보인다.

‘의자, 걷다’ 특별전, 초대국가 핀란드전, 국제공예 공모전, 국제공예디자인페어 등이 마련됐다. 수공예의 대중화를 이끈 영국 작가 윌리엄 모리스의 스테인드글라스와 세계 최고(最高)의 그림값을 자랑하는 데미안 허스트의 의자, 파블로 피카소가 디자인한 카펫, 근대 건축의 아버지로 불리는 스위스 출신 르 코르뷔지에의 작품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산악인 고상돈(1979년 작고)씨가 청주상고와 청주대를 거쳐 연초제조창에서 근무할 당시의 사진 등도 전시된다.

연초제조창 65년 스토리텔링 특별전, 녹색공예디자인프로젝트, 청주청원네트워크전, 한국공예가협회전도 함께 열린다.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의 고장인 청주의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부산·청주=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