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지방] 착한 경제 이야기 ②
입력 2011-10-02 21:45
윤리적이고 대안적인 경제 운동에는 소비자 중심의 공정무역과 생활협동조합, 기업 쪽에선 대기업의 사회책임 경영과 벤처 형태의 사회적기업, 금융계에선 마이크로크레디트와 사회책임투자 등이 있다. 한국에서도 이런 ‘착한 경제’ 운동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지만 일부는 오도되거나 한계를 보이고 있다.
공정무역 운동은 수입농산물의 마케팅 차원에 머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정무역 운동은 쉽게 말해 아프리카 농촌 마을을 걱정해 기꺼이 비싼 값으로 커피를 마시자는 것인데, 한국에서는 외국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 밀려나는 동네 찻집이나 대형할인점 때문에 문 닫는 구멍가게에 대한 관심이 실종됐다. 물론 공정무역 운동을 진지하게 연구하는 분들은 그런 유통 구조와 소비습관의 변화를 고민하겠지만, 확실히 한국에서 공정무역은 소비자들의 장식품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디트 운동은 더 심각하다. 애초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에서 시작된 이 빈민자활금융 프로젝트는 3∼4명이 동업하는 작은 사업체에 소액대출을 해주는 형태였다. 돈만 빌려주는 게 아니라 경영컨설팅과 판로개척은 물론이고 심리 상담까지 제공한다. 그러나 한국형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인 미소금융은 단순히 ‘저신용자 소액대출’ 차원에 머물러 있다. 자활공동체를 위한 컨설팅과 코칭이 실종됐다. 정부의 강요 아닌 강요로 대기업이 대규모 자금을 미소금융에 출자하면서부터 예상된 문제였다. 당연히 대출금을 제대로 갚는 사람이 적다. 그러다보니 미소금융이 오히려 “가난한 사람들에겐 아무리 도움을 줘봐야 안 된다”는 사회적 낙인을 찍는 통로가 돼 버렸다는 말도 나온다.
사회적기업도 마찬가지다.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 그 수익을 다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재투자하는 경영 구조의 3박자가 갖춰져야 사회적기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한국의 사회적기업 운동은 대부분 영세 사업체 지원프로그램 수준이다. 과거 벤처 붐이 일어났을 때 지자체마다 설립했던 벤처센터가 사회적기업센터로 간판만 바꿔 단 곳도 적지 않다. 이대로는 세금낭비로 끝나기 십상이다.
착한 경제 운동이 이렇게 변질되는 것은 정치적으로 급조되거나 관료 주도로 구태의연하게 추진되는 과정에서 패러다임 변화나 경제 환경 개선이라는 애초의 목적이 상실됐기 때문이다.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