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체적 난맥상태에 빠진 복지행정
입력 2011-10-02 17:48
상비약 약국 외 판매 난항, 징벌적 약가 인하 제동, 내시경 점막하 절제술(ESD) 수술중단 사태 등 최근 보건복지부의 주요 정책이 공급자 단체와의 소통부재로 난항에 빠졌다. 복지정책의 표류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혼란과 불편을 준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남다르다. 무엇보다 이익단체를 설득하는 노력이 부족한데다 전략마저 미숙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70% 이상이 찬성하는 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는 약사들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이 덫에 걸려 국회통과가 어려운 지경이다.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안전성을 지적하며 개정 약사법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달 초부터 적용키로 했던 징벌적 약가 인하 조치는 법원에 발목이 잡혔다. 리베이트를 주다 적발돼 약가 상한선을 낮추라는 행정처분을 받은 제약사들이 가처분 신청을 내 이겼기 때문이다.
본안 소송이 남았지만 대법원까지 가려면 최소 1년은 지나야 하기 때문에 정책의 실효성은 떨어진다. 영업사원의 불법행위를 제조회사에 물어 제재를 가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법적 검토가 없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ESD 수술중단 사태도 수술용 칼을 공급하는 회사들과의 소통부재로 일방통행을 하다 난관에 부닥친 것으로 치밀한 전략 부재가 빚어낸 소란에 다름 아니다.
현대국가는 복지국가라고 할 만큼 복지 분야의 중요성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무국적자가 아닌 다음에야 국민들은 태어날 때부터 장례를 치르기까지 복지행정의 대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올해 복지분야 예산은 무려 86조4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복지부 소관만 33조6000억원이다. 게다가 복지부 예산은 정부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복지부 당국자들은 수요자인 국민의 요구에는 귀를 닫고 공급자 단체와의 전략에서는 밀리고 있다. 유권자의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장관 자리에 앉아 힘 있는 이해집단의 요구를 꺾지 못한 점도 큰 원인이다. 이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노인, 장애인등 사회적 약자도 더불어 살 수 있는 참복지 행정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