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테레사] 아날로그 사진의 매력
입력 2011-10-02 17:29
요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예전과 많이 다른 행위로 보인다. 기술 발전이 개념의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다. 휴대폰 없는 사람이 거의 없듯이 카메라도 보편화됐다. 게다가 디지털 원리가 작동하는 휴대폰에 붙어 있기도 해 촬영과 전송이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스틸이니 동영상이니 하는 개념도 희미하다.
그러나 디지털 사진은 왠지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 찍기는 찍되 기록이라는 기능에서는 아주 취약하다. 아날로그 사진에 비해 기록성이 많이 떨어진다.돌이켜 보면 남의 카메라를 빌려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촬영을 하고, 필름을 빼고, 카메라를 돌려주고 나서 사진을 현상소에 보냈다가 며칠 후에 받아 보고 감격스러워 하던 기억이 있다.
대학시절부터 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진 나는 외국 잡지에 나와 있는 카메라 광고를 보며, 갖고 싶은 사진기를 골라놓고, 명동이나 백화점 등의 가게를 순례하며 카메라를 찾았다. 물론 내가 원하는 새 카메라를 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가끔 미군 PX에 나오는 것도 무척 비쌌다. 용돈을 몇 달이고 모아 신품과 비슷한 깨끗한 중고품 하나를 장만하면 여간 기쁜 일이 아니었다.
이때 사진을 찍던 친구들 대부분이 그렇듯 카메라를 너무나 아끼는 바람에 사진을 마음껏 찍지도 못했다. 필름 값도 그렇고, 현상과 인화하는 데 드는 돈이 만만치 않았다. 사진을 찍는 과정도 쉬운 것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카메라에 자동노출계가 붙어 나온 것은 꽤 근래의 얘기다. 사진을 찍고 나서 현상을 해보면 노출이 제대로 맞지 않거나, 현상 과정에서 실수로 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도 많다.
이런 사진 만들기의 어려움은 세계적인 프로 사진가들에게서도 예를 찾아볼 수 있다. 목숨을 걸고 2차 대전 때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기록한 로버트 카파의 사진은 현상 실수로 전부 허옇게 바랜 사진을 보는 수밖에 없다. 전장의 화염으로 인해 핀트도 맞지 않고 노출도 적절치 않았으나 그것이 현장의 절박했던 상황을 더욱 리얼하게 나타냈기 때문에 전쟁 사진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것이다.
이런 우연성에다 만회할 수 없는 일회성의 실수가 아날로그 사진을 더욱 매력있게 만든다. 아날로그 사진에는 카파의 사진에서 보듯 변화될 수 없는 물질적 오리지널리티가 확실하게 존재하기에 시간을 넘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널리 사랑을 받는다.
반면 디지털 사진은 사진을 찍을 때부터 디지털 파일로 보관되므로 모든 것이 늘 복제될 수 있는 카피 형태로만 남는다. 사진가들 역시 사진 자체가 아니라 디지털 파일을 보관하므로, 보존의 영속성이 취약하다.
그래서 일찌기 사진작가 활동을 했던 나는 괜스레 이런 걱정을 한다. “지금같은 습관이 지속된다면 나중에 각자의 삶을 반추할 추억의 앨범이 남아있기라도 할까?”
김테레사(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