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고민 끝내자”… 전기車, 1∼2년뒤 쏟아진다

입력 2011-10-02 20:01


생애 첫 승용차를 구입하려는 회사원 정남현(31)씨는 전기자동차(EV)에 말 그대로 ‘꽂혔다’. 그는 “치솟는 기름값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라며 전기차 매력을 꼽았다.

국내외 대부분의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앞다퉈 전기차 개발 계획을 내놓고 있어 1∼2년만 지나면 구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

전기차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등 각국의 환경규제 강화 추세에다 고유가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개발 경쟁에 가속도가 붙었다. 전기차는 모터와 전기로만 움직여 배출가스가 전혀 없다.

지난달 개최된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회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전기차 경연장과 다름없었다. BMW는 2013년 양산을 목표로 한 전기차 ‘i3’의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아우디는 ‘A2 EV’와 ‘어반’(2인승), 폭스바겐은 ‘닐스’(1인승)의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이미 다양한 전기차종을 만들어 시험 운행 중인 국내 자동차업계들도 대중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르노삼성은 SM3를 모델로 개발한 전기차 ‘SM3 Z.E.’를 내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SM3 Z.E.는 1회 충전으로 최고 속도 150㎞/h, 160㎞ 이상을 운행할 수 있다. 충전 시간은 가정용 전기(220V)로는 6∼8시간, 고속 충전소(400V)에선 30분이 소요된다.

한국GM은 지난해 9월 공개한 ‘쉐보레 크루즈’ 전기차의 상용화를 서두르고 있다. 이 차량은 국내 최초의 준중형급 전기차다. 1회 충전으로 160㎞를 갈 수 있고, 최고 속도는 165㎞/h이다. 정지상태에서 100㎞/h까지 걸리는 시간은 8.2초에 불과하다. 소형차 ‘스파크’,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올란도’의 전기차 모델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9월 공개한 전기차 ‘블루온(BlueOn)’의 후속 제품 준비에 여념이 없다. 블루온의 최고 속도는 130㎞/h, 13.1초면 0㎞/h에서 100㎞/h에 도달한다. 1회 충전으로 140㎞를 움직이고 220V를 사용하면 6시간 내 90%, 380V의 급속 충전 때는 25분 안에 80%가 충전된다. 올해 말부터는 기아차가 경형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 형태의 전기차 ‘탐(TAM)’을 본격적으로 생산한다. 준중형급 개발에도 집중해 기아차는 2014년 상반기, 현대차는 2015년 하반기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다. 쌍용차는 지난달 중순 2016년까지 SUV 전기차를 개발하겠다고 공언했다.

정부도 “2014년부터 강하고 멀리 가고 저렴한 준중형급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목표 아래 1000억원 이상의 지원 계획을 추진 중이다.

지난 8월부터 현대차, 서울대, 만도 등 44개 자동차 생산업체·연구기관·부품업체들이 컨소시엄을 꾸려 모터, 공조, 차량경량화, 배터리, 충전기 등 전기차 5대 핵심 부품의 성능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이를 통해 1회 충전으로 200㎞ 이상 주행, 최고속도 145㎞/h, 급속 충전 시간 25분인 준중형급 전기차 생산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를 대중화하는 데는 정부가 구입 보조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고, 충전 인프라 구축도 앞당겨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동력은 전기이지만 배터리가 소진되면 가솔린을 이용해 발전기를 돌려 충전하는 형태인 GM의 ‘쉐보레 볼트’의 경우 기본 가격은 4만1000달러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7500달러까지 지원해 소비자 부담을 낮췄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달 말 부처 합동으로 ‘충전 인프라 로드맵’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