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이민자 배경 ‘테라페르마’ 눈길

입력 2011-09-30 19:07


부산국제영화제는 상영작이 너무 많아 미리 준비하지 않은 관객들은 무얼 봐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영화제 측은 거장들의 신작이나 화제작을 주로 소개하는 갈라 프레젠테이션(7편), 아시아 영화의 현재 흐름을 살펴 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된 ‘아시아 영화의 창’(49편), 단편영화와 다큐멘터리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소개하는 와이드 앵글 등 모두 11개 부문으로 나눠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수작(秀作)들이 많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미국의 거장 테렌스 맬릭이 연출한 ‘트리 오브 라이프’가 우선 눈에 띈다. 1950년대 미국 남부의 한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의 의미를 묻는 작품으로 브래드 피트, 숀 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출연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아르헨티나 에르메스 파랄루엘 감독의 데뷔작인 ‘야타스토’도 색다른 경험이 될 듯싶다. 대도시 코르도바 외곽에서 병과 고철 등을 재활용품을 수집해 살아가는 10대 소년들의 삶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현재를 바라본 작품이다.

이탈리아 영화 ‘테라페르마’(감독 에마누엘레 크리알레세)는 아버지가 바다에서 실종된 뒤 어머니와 함께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20대 청년이 리비아 출신 불법 이민자 모자를 숨겨주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 재일동포 김덕철 감독이 연출한 ‘100년 가족’은 일본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재일동포들이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10년 가까이 추적해 담았다.

아르메니아의 미카엘 바티니안 감독의 ‘조안과 목소리들’도 눈여겨 볼만하다. 한 여인이 여행길에 만난 사람들을 통해 역사적 인식을 깨닫게 되는 모습을 다뤘다. 대만에서 일하는 여성 이주노동자의 고단한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돈과 사랑’, 가뭄에 시달리던 작은 마을에 신을 봤다는 사내가 등장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코믹하게 그린 인도 극영화 ‘신을 본 남자’ 등도 놓치기 아까운 영화다.

이정향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장편 ‘오늘’도 있다. 송혜교의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 이 영화는 약혼자를 죽인 17세 소년을 용서한 다큐멘터리 PD의 이야기를 통해 사형 제도와 폭력적 가부장 질서의 이면을 짚어내고 있다.

미얀마의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의 삶을 다룬 뤽 베송 감독의 ‘더 레이디’, 전쯔단(견자단) 진청우(금성무) 탕웨이 등이 출연한 첸커신 감독의 정통 무협영화 ‘무협’,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3D로 변환한 ‘괴물 3D’ 등도 주목된다.

‘맨발의 청춘’ 등을 연출하며 1960년대 국내 최고 흥행감독으로 활동했던 김기덕 감독의 작품 8편을 상영하는 한국영화 회고전과 홍콩 독립영화의 살아있는 전설인 욘판 감독의 특별전,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감독 6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극한의 시네아스트들’들도 특별한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들이라면 눈길이 가는 프로그램들이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