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 슈퍼 판매’ 국민 70% 찬성하는데… 약사법 개정안 국회서 발목

입력 2011-09-30 18:44

감기약이나 해열진통제 같은 가정상비약을 편의점 등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표류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연내 처리 방침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국회 반대가 워낙 거세 법안 상정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약사법 개정안을 10월 중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법안 처리에 부정적이다.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 24명 가운데 이 법안에 찬성 의견을 밝힌 이는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반대 또는 유보 입장이다. 한나라당은 홍준표 대표까지 지난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는 적절치 않다”면서 처리 불가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도 법안 상정 자체를 신중히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위 민주당 간사인 주승용 의원은 “당론은 결정이 안 됐다”면서도 “상정을 해 버리면 대통령 말 한 마디에 의해 날치기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70%가 찬성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국회의원들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반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주 의원은 “복지위원들은 여야를 떠나 반대가 많다”며 “모르시는 분들은 국민이 찬성하는데 왜 반대하느냐고 하지만 (편의점 판매 등에서) 약 오남용이나 중독 방지 등의 문제가 다 해결됐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약사들의 압력 때문에 의원들이 법안 처리를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손숙미 의원은 “여론에 의해 국회의원들이 압박받을 수 있다”며 “여야 간사들이 여론을 지켜보며 상정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국민 편익보다 우선되는 것은 없다”며 강행 처리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신임 임채민 복지부 장관도 최근 청와대에 “책임지고 해내겠다”고 각오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복지부 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은 30일 약사법 개정안을 상임위에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의에 불을 지폈다. 진 의원은 KBS 라디오에 출연, “약의 안전성에서 우려되는 부분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안전장치를 포함해 법안을 제출했다”며 “국회 해당 상임위 차원에서 법안을 상정해 토론하고 그래도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 수정 보완해 처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