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고금리 수신에 시중은행들 불만

입력 2011-09-30 18:45

산업은행이 야심차게 내놓은 무점포 다이렉트뱅킹 서비스가 은행권 내 관심사로 떠올랐다. 파격적인 금리를 보장한 다이렉트뱅킹 영업이 성공할 경우 은행 수신 판도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하지만 고객불편, 금융사고 등 우려로 은행권 내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국책은행이 고금리 상품을 운용하는 것에 대한 불공정 논란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29일부터 하루만 맡겨도 연 3.5%의 금리를 주는 무점포 다이렉트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이렉트뱅킹이란 고객들이 은행 지점을 방문할 필요 없이 온라인으로 계좌 개설을 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다. 점포를 운영하지 않는 데 따른 각종 절감액으로 예금금리를 높이고 수수료를 깎아준다는 게 산은의 설명이다. 특히 산은이 책정한 3.5% 금리는 현 시중은행의 수시입출금식예금 금리가 연 0.2∼0.3% 수준인 것과 비교해보면 파격적인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ING 다이렉트가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 9개국에서 1500만명 이상의 고객을 끌어들인 사례를 들며 산은의 성공 가능성을 예상하는 사람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은행권 대다수는 “다이렉트뱅킹은 실패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말만 다이렉트일 뿐 절차가 간단치 않다. 금융실명제로 인해 고객이 계좌를 개설하려면 산은 직원이 고객을 찾아가 실명을 확인해야 한다. 점포만 없을 뿐 일반 인터넷뱅킹서비스 개설 때와 별 차이가 없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골목골목에 은행 점포들이 있는데 자신을 찾아온 생판 모르는 은행 직원을 통해 계좌를 여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실명 확인을 담당하는 직원이 이동 중 고객정보가 분실되거나 유출될 우려도 적지 않다. HSBC가 2007년 다이렉트뱅킹 서비스를 시도했다가 사실상 실패했으며 상당수 은행이 검토 후 중단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국책은행으로 자금 조달에 용이한 산업은행이 고금리로 상품을 운용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행위라는 비판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시장 불안에 자금운용처가 마땅치 않은 시중은행들은 예금금리를 무작정 높이기 어려운데 국책은행이 고금리 경쟁을 일으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