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고대 의대생 전원 중형… 동기생들에 의한 범행 정신적 충격 ‘배가’

입력 2011-09-30 18:37

법원이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고려대 의대생 3명 전원에게 예상보다 높은 중형을 선고한 것은 ‘피해자의 상처’가 쉽게 회복될 수 없는 상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평소 가깝게 지냈던 6년 지기 대학 친구로부터 범행을 당해 성적 수치심이 배가됐고, 사회적인 논란으로 신분이 노출되면서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졌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는 30일 선고공판에서 “피해자가 현재까지도 고통스럽고 불안한 생활을 하면서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PTSD)에 시달리는 등 더 큰 2차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3명 모두 범죄 전력이 일절 없고, 피해 회복을 위해 공탁금을 낸 점을 감안하면 재판부가 검찰의 구형량보다 무거운 형을 내린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는 범죄사실뿐만 아니라 범죄 이후 가중된 정신적 충격 등 부차적 요소가 양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재판을 통해 사회적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개인적인 내용이 알려져 제2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가 3명 중 범행을 주도한 박모(23)씨에 대해 무거운 형을 내린 것은 그의 죄질이 나빠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보기 때문이다.

박씨는 사건 당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며 지속적으로 추행하고 잠자는 위치를 옮긴 피해자를 따라가면서까지 계속 추행했다.

또 이들 3명이 학교 당국의 징계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설문지를 돌리는 등 죄를 뉘우치지 않는 행동을 보인 점도 중형의 이유로 작용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특례법) 위반죄가 적용된 이들 3명에 대해 실형과 함께 3년 동안의 신상정보 공개를 명령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60일 뒤 인터넷에 공개된다. 정부가 운영하는 성범죄 신상정보 열람 사이트에는 성범죄자의 이름과 거주지, 사진, 범죄 내용과 죄명은 물론 키, 몸무게까지 공개된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