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업소 아가씨 담보 룸살롱에 1546억 대출… 제일저축銀 임직원 8명 검거

입력 2011-09-30 18:38

대출 비리로 영업이 정지된 제일저축은행이 유흥업소와 조직폭력배에게도 거액의 불법 대출을 해준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30일 유흥업소 73곳에 2009년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1546억원을 대출해준 혐의(업무상 배임)로 제일저축은행 이사 김모(52)씨 등 임직원 8명을 검거했다. 검거된 임원 중에는 지난 5월 부동산 개발 업체에 불법 대출을 해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무 유모(52)씨도 포함됐다. 대출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유흥업소 업주 93명, 브로커 1명, 여종업원 모집책 1명 등도 적발됐다. 불법 대출을 받은 유흥업소는 속칭 ‘텐프로’ ‘풀살롱’ 등으로 불리는 고급 유흥주점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유흥업소 업주들은 여성 종업원들로부터 돌려받을 돈이 있는 것처럼 담보서류(속칭 마이낑)를 허위로 작성한 뒤 이를 담보로 제일저축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 제일저축은행 임직원들은 대출 과정에서 허위로 작성된 서류만을 믿고 대출 허가를 해줬으며, 유흥업소의 운영 현황과 금융기관 채무를 통한 변제능력 등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상당수 업주는 대출받은 돈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지 않고 빚을 갚는 등 개인 용도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창업자금 명목으로 대출받은 업소 39곳 중 10곳은 1년도 안 돼 폐업했고 아예 영업한 사실조차 없는 업소도 5곳에 이른다.

조직폭력배들도 제일저축은행의 불법 대출로 배를 불렸다. 양은이파, OB파, 중앙동파, 오거리파 등의 조직원들은 유흥업소 8곳을 이용해 총 224억원을 대출받고 개인 용도로 썼다. 유흥업소 4곳을 운영하는 조직폭력배 김모(50)씨는 무려 200억원 가까운 돈을 대출받기도 했다.

유흥업소가 부실 대출을 받을 수 있게 알선한 뒤 수수료 명목으로 7억원을 받은 브로커 김모(56)씨와 담보 서류를 작성하기 위한 용도로 여종업원 등을 모집해 수수료 1억3700만원을 챙긴 윤모(58)씨도 함께 검거됐다. 경찰 집계 결과 대출금 1546억원 가운데 변제된 것은 원금 325억원에 불과했다.

이도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