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성폭력 ‘도가니’ 파장] “껍데기 대책·탁상행정”… 청문회 같은 ‘도가니 국감’

입력 2011-09-30 18:35

30일 전남 무안군 삼향면 전남도교육청에서 열린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광주시 및 전남도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영화 ‘도가니’로 촉발된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문제를 집중 성토했다.

여야 의원들은 양 시·도교육청에 대한 업무보고와 간부소개를 생략한 채 대부분의 시간을 인화학교 성폭력 문제에 할애했다. 국감장은 마치 인화학교에 대한 청문회를 연상케 했다. 특히 시교육청이 제시한 향후 대책을 놓고 ‘빈껍데기 대책’ ‘탁상행정’ ‘안이한 대책’ 등의 질타가 잇따랐다.

맨 먼저 질의에 나선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2005년 성폭력 문제를 수수방관했던 교육당국과 극악한 범죄에 면죄부를 준 사법부에 유감”이라며 “지난해에도 학생들 간에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는데 학교가 정상화됐다고 할 수 있느냐”고 학교 측의 후안무치를 지적했다.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이제 와서 뒷북치듯이 질의하는 것도 부끄럽다”며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가해 교사들이 다시 근무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느냐”고 따졌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법원 판결 이후 학교 재단에서 직위해제나 해임 처분을 내렸으나 교과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복직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교원 인사는 재단 이사장의 권한이라 교육청은 권고나 요구만 할 수 있지 징계에 관여하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교육청이 내놓은 9가지 대책 가운데 구체적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이 없다”며 “국감 하루 전에 특별감사반을 투입했다고 하는데 지금껏 교육청이 뭘 했느냐”고 따졌다.

시교육청의 안일한 태도를 꼬집는 지적도 나왔다. 한나라당 주광덕 의원은 “시교육청이 제출한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 관련 특별보고서에 가해 교사들의 법원 선고 내용이 잘못 기재돼 있다”며 “교육청의 자세가 안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감장에는 현 인화학교 고효숙 교장직무대행과 당시 사건 진상규명 등에 나섰던 최사문 현직교사가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했다.

한편 경찰이 이 학교 성폭행 사건에 대해 추가수사에 착수했으나 관련 의혹을 파헤쳐 범죄사실을 새롭게 밝혀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범죄 행위가 일어난 지 10년이 흘렀고, 사건이 종결된 지도 6년이 지난 상황에서 관련자들의 기억에 의존해 수사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피해 학생들을 상대로 추가조사를 할 경우 그들에게 또 한 번의 정신적 고통을 안길 수 있기 때문에 경찰로서도 조사 대상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찰의 추가수사를 촉구해 온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도 이번 수사가 학교에 남아있는 재학생과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은 피해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이 성폭력 사건보다는 인화학교 내부 비리나 관할 행정기관의 관리감독 소홀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무안=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