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말년은 열정적 봉사의 삶”… 92세 그레이엄 목사 ‘홈을 앞두고’ 출간
입력 2011-09-30 18:34
“단순히 늙는 게 아니라, 우아하게 늙기를 기도합니다.”
기독교계의 세계적 지도자 빌리 그레이엄(92) 원로목사가 ‘늙는다는 것’을 주제로 그의 30번째 책 ‘홈을 앞두고(Nearing Home·사진)’를 펴냈다. 부제는 ‘삶과 믿음, 우아한 마무리’로, 원로목사는 책에서 삶을 어떻게 우아하게 마무리할 수 있는지에 관해 조언한다.
원로목사는 책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준다.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그는 “누구도 당신이 겪을 외로움과 고통을 대신 준비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2007년 아내를 잃었을 때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원로목사는 “아내 없는 삶은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왜 자신이 이 세상에 살아있는지 물음을 던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이를 향한 조언이다. 누구나 죽는데 왜 지금 나한테는 살아있는 시간이 주어졌느냐는 것이다. 원로목사는 이 질문을 통해 쇠약해지는 것에 대처할 영적 힘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남을 위해 봉사하는 열정적 삶을 사는 것이 아름다운 말년을 보내는 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우아하게 늙기 위해선 4가지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첫째는 시간이라는 선물을 이해하는 것이고, 둘째는 은퇴 등 삶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의지하는 것이 영광임을 알아야 한다. 인터넷서점 반스앤노블은 최근 10년간 원로목사가 전한 가장 강력한 메시지라고 책 소개에서 평가했다.
책 제목을 ‘홈을 앞두고’로 정한 것은 그의 어릴 적 꿈이 야구선수였기 때문이다. 10대 시절 야구를 즐겼던 원로목사는 홈런을 치고 베이스를 돌아 힘차게 홈으로 들어오는 상상을 하곤 했다. 세월이 흘러 다음 달 7일이면 만 93세가 된다. 연약해진 몸에선 손이 떨리는 등 파킨슨병 증세가 나타난다. 시력도 약해져 책을 읽기 힘들 정도다. 원로목사는 “나 역시 늙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제 그에게 홈은 죽음을 의미하고, 베이스러닝은 인생을 뜻한다. 원로목사의 아들인 프랭클린은 “아버지가 책을 마치기 힘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최근 몇 개월 동안 갑자기 힘찬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유에스에이투데이는 이 책이 원로목사의 마지막 책이 아닐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식들에게 “하나님이 나를 95세까지는 살게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기독교 역사를 전공한 그랜트 웨커 듀크대 교수는 “그레이엄 목사는 파킨슨병을 앓으면서도 세상에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는 우아하게 늙는 표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