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 높은 은행도 줄줄이 적자… 고객들 “이젠 뭘 믿나”
입력 2011-09-30 22:29
30일 완료된 저축은행들의 2010회계연도 경영공시를 보면 금융당국의 말처럼 저축은행의 앞날을 결코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이 개선됐지만 큰 폭의 적자를 내거나 자본잠식에 빠진 경우가 많았다.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내년 초까지 자본 확충, 부실 자산 감축에 혼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상위 10곳 중 7곳 적자=2010회계연도에 90개 저축은행 중 당기순이익이 마이너스로 집계된 43곳의 적자액은 1조2318억원에 달한다. 500억원 넘게 적자가 난 곳도 9곳에 달했다.
자산규모로 업계 7위인 미래저축은행은 1618억원 적자를 기록해 최악의 실적을 보였다. 미래와 미래2저축은행은 BIS비율도 5% 초반으로 겨우 마지노선(5%)을 넘었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이 1265억원 적자를 냈고, 한국 1253억원, 서울 114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진흥(922억원), 하나로(725억원), 현대스위스(618억원), 경기상호(535억원) 등도 큰 폭의 손실을 냈다.
자산규모 상위 10개 대형 저축은행 가운데 7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 7곳이 기록한 적자액은 6472억원이나 됐다. 10대 대형 저축은행 중 가장 많은 순익을 기록한 모아저축은행도 순이익이 80억원에 불과했다.
적자 저축은행들은 사옥이나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영업정지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 안진회계법인은 솔로몬저축은행 감사보고서에서 “당기순손실이 크고 당기 말 현재 누적결손으로 인해 미처리결손금도 1168억원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흑자규모로는 당기순이익 2711억원을 기록한 한신저축은행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푸른(256억원), 고려(151억원), 한국투자(132억원), 현대스위스4(120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BIS 비율 개선됐지만 곳곳이 지뢰밭=저축은행들이 BIS 자기자본비율 개선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원인은 무수익여신(이자를 못 받고 있는 대출), 고정이하여신 비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체율 등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경영진단을 앞두고 자기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급하게 돈을 끌어와 겉모습(BIS 비율)은 그럴 듯하게 포장됐지만 속내의 부실은 여전하다는 뜻이다.
실제 2010회계연도 경기저축은행의 BIS 비율은 11.6%에 이르지만 무수익여신은 전년도(5.84%)보다 14.74% 포인트 급증한 20.58%나 됐다. 신민저축은행과 진흥저축은행도 전년도 18.54%, 6.23%에서 33.47%, 20.61%로 각각 14.93% 포인트, 14.38% 포인트 증가했다.
부동산 PF 연체율 부실은 더 심각했다. 더블유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은 절반이 넘는 56.1%에 달했고, 신민저축은행과 부산솔로몬저축은행도 각각 46.5%, 35.4%에 달했다.
서울저축은행은 PF 대출 중 고정이하여신비율이 52.4%로 전년 동기(13.3%)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한국저축은행도 2.1%에 불과했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이번 회계연도에 30.6%로 급증해 수익성이 악화됐다.
BIS 비율 개선에도 불구하고 악화된 실적이 나타나자 투자자들은 당혹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7월부터 시작된 일제 경영진단 결과 감춰져 있던 부실이 모두 드러나 지난해에 비해 적자폭이 커졌다”며 “내년부터는 상황이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