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재성 판사 무죄판결 누가 납득하겠는가

입력 2011-09-30 17:42

친형과 친구를 300억∼400억원대의 은행잔고를 보유한 부도기업에 법정관리인 및 감사로 선임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을 한 선재성 전 광주지법 수석부장에게 29일 무죄가 선고됐다. 선 부장을 심판한 광주지법 형사2부는 통상 사용하는 피고인이란 호칭 대신 ‘선재성’이나 ‘선 부장판사’라고 불러 법 앞의 평등이란 헌법정신을 무참히 짓밟았다.

선 부장판사는 고교 동창인 변호사를 통해 아내 명의로 비상장 주식에 투자해 1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챙긴 혐의도 무죄선고를 받았다. 그는 검찰 수사가 시작된 뒤 재판업무에서 제외돼 사법연수원으로 인사조치됐고 7월 1일자로 휴직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판결은 새로 취임한 양승태 대법원장이 누누이 강조한 국민신뢰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 신뢰회복의 첫 걸음은 무엇보다 공정한 재판이다. 법원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사건 재판부가 친구를 자기가 맡은 법정관리업체의 채권추심업무 대리인으로 선임한 것을 ‘소개·알선’이 아니라 ‘조언이나 권고’라고 보고 무죄라고 판단해 버렸다.

같은 법원에서 근무했던 선배 판사라고 수많은 방청객이 보고 있는데도 피고인이라고 부르지도 못한다면 과연 국민들이 사법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피고인이 학교 선배이면서 사법시험 선배라 말 못할 정이야 들었겠지만 법관이 모든 당사자를 공평하게 대해야 한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이런 재판부가 내린 판결에 국민들이 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법원은 냉정하게 반성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석연치 않은 일이 많았다. 수사 초기인 지난 3월 검찰이 선 부장판사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11건을 법원이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았다며 모조리 기각하기도 했다.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 조짐이 보였다는 것이다. 검찰 항소는 당연한 수순이지만 대법원도 이번 사건 판결문을 꼼꼼하게 분석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런 판결이 사법부 불신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가슴에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