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맹경환] 단막극을 다시 보다

입력 2011-09-30 17:42

중국에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대장금’은 사실 단막극에서 시작됐다. MBC가 1995년 12월 창사특집 2부작으로 내보낸 ‘찬품단자’는 궁중에서 요리 대결을 펼치는 내용으로 이게 발전돼 2003년 ‘대장금’이 탄생한 것이다. 주인공도 두 작품 모두 이영애였다.

단막극을 통해 작가와 연출가들은 기회를 잡고 역량을 키운다. ‘대장금’의 이병훈, ‘모래시계’의 김종학, ‘겨울연가’의 윤석호,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이윤정 등 우리 드라마계를 대표하는 연출가들은 모두 단막극을 통해 성장했다. ‘꽃보다 아름다워’의 노희경, ‘선덕여왕’의 김영현, ‘고맙습니다’의 이경희, ‘다모’의 정형수 작가를 키운 것도 단막극이었다. 단막극이 좋은 드라마의 텃밭 역할을 한 셈이다.

현재 방송 3사 중 유일하게 남은 단막극은 KBS ‘드라마 스페셜’로 일요일 밤 늦은 시간에 방영된다. 매주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딸기 아이스크림’(9월 18일)과 ‘기쁜 우리 젊은 날’(8월 29일)의 따뜻한 감성이 좋았고, ‘휴먼 카지노’(9월 25일)와 ‘큐피드 팩토리’(7월 31일)의 발칙한 상상력에 매료됐다. 아직은 무명이지만 단골 주인공 이희준의 발견도 드라마 스페셜의 성과다. 이희준은 ‘공주의 남자’에서 악역 공칠구로 출연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

드라마 스페셜은 지난해 말부터 ‘연작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형식 파괴도 감행했다. ‘부활’ 김태원의 자전적 스토리를 다룬 논픽션 드라마 ‘락락락’을 시작으로 미스터리 스릴러 ‘화이트 크리스마스’, 첩보물 ‘완벽한 스파이’까지 미니시리즈에서는 소화하기 힘든 소재와 탄탄한 완성도로 호평받았다.

2007년 MBC는 ‘베스트극장’을 폐지했고, 2008년 KBS의 ‘드라마시티’마저 폐지되면서 지상파 방송사에서 단막극은 멸종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드라마 스페셜이 지난해 4월 등장하며 외롭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작가 노희경은 드라마 스페셜 첫 작품인 ‘빨강 사탕’ 시사회에서 “단막극에 대한 투자 없이는 드라마의 장래도 없다”고 강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2011 단막극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또 방통위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 단막극 제작 지원에 3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30일 밝혔다. 정부의 지원 계획에 맞춰 방송사들의 각성도 기대해 본다.

맹경환 차장 khma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