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교단장 릴레이 설교] 가장 좋은 자리

입력 2011-09-30 17:43


마가복음 10장 45절

사람은 좋은 자리를 선호하고 집착합니다. 자리 때문에 수많은 문제를 만들어내는 게 사람입니다. 한 달 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습니다. 말들이 많습니다. 서울시장이라는 자리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나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욕구 때문에 개인적으로 성공하는 사람도 있고, 인간사가 발전하고 성장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피나는 투쟁을 합니다. 자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본문에 앞서 세베대의 아들 요한과 야고보는 예수님에게 청탁을 합니다(37절). 옛날 말로 좌의정, 우의정입니다. 노른자 같은 자리를 달라고 청탁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너희가 모르고 구한다. 내가 마시는 잔을 마시고 내가 받는 세례를 받겠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주님의 잔은 고난의 잔입니다. 주님이 받는 세례는 죽음의 세례입니다. 그런데 고난과 죽음이 닥쳐 올 때 제자들은 다 도망을 갔습니다. 마시기는 뭘 마시고, 받기는 뭘 받습니까?

우리가 차지해야 할 자리는 남을 떨어뜨리고 모함하고 함정에 빠뜨리면서까지 빼앗아야 좋은 자리인가요? 정말 좋은 자리는 십자가를 통해 만들어지는 자리입니다. 주님이 주시는 최고의 자리는 죽음을 통해 얻는 자리였습니다.

어떤 작가가 ‘성웅 이순신’이라는 책을 집필하였습니다. 그분은 이순신 장군이 죽는 장면에 이상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이순신 장군의 직함은 지금으로 말하면 해군 참모총장인데 그가 전투에 나가 진두지휘하면서 철모도 안 쓰고 방탄조끼도 입지 않고 맨 앞에 서서 적의 유탄에 맞아 죽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이지요.

작가는 책에서 이순신은 자살했다고 기록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전쟁의 영웅으로 전쟁을 다 마치고 끝이 나면 조정에서 그를 가만 놔두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모함하고 원망하고 마지막에는 역적이라는 누명을 씌워 당쟁의 이슬이 되었을 것입니다.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가면 강재구 소령 동상이 있습니다. 그가 대위 시절 베트남 파병 당시 훈련 도중에 부하 사병이 수류탄을 잘못 던져 중대가 위기를 당했습니다. 그는 온몸으로 수류탄을 덮쳐 부대원을 살리고 산화했습니다. 그는 소령이었지만 참모총장보다 더 존경받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가장 좋은 자리는 섬기는 자리입니다. 섬김을 받으려는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섬길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섬길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섬길 사람은 어디든 환영을 받습니다. 주님은 이 세상에 섬기려고 오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의 대속물이 되기 위해 오셨습니다.

예수님의 섬김은 세상의 가치관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는 높은 자리가 좋은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주님이 오시면서 변화됐습니다. 섬김을 받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섬기는 사람, 주고 또 주어 목숨까지 대속물로 내어 주신 사람이 바로 최고의 인물입니다.

신앙인은 어느 자리에 있어야 합니까. 주님이 계시는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있는 곳을 섬김의 장소로 만들고 섬길 사람을 찾으면 그 자리에 주님은 임재하실 것입니다.

섬기는 자리는 아무에게도 빼앗기지 않습니다. 빼앗을 사람이 없습니다. 섬기는 자리를 주님과 함께 지켜 나가면 그 자리는 영원한 자리입니다.

강경원 목사 (예장 대신 총회장)